“중국 국영은행, 대북 송금 제한...석유제품 수출 급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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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행을 비롯한 중국의 유력 국영은행이 북한인 명의의 신규 계좌 개설과 기존 계좌를 통한 송금 거래를 중지했다고 교도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이 조치로 북한의 중국에 대한 북한의 대금 지급이 어려워지면서 중국의 대북 석유제품 수출이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대북 제재에 소극적이라고 비난받아온 중국이 핵ㆍ미사일 관련 자금 차단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통신은 내다봤다.

교도통신, “옌지 등서 북한인 대상 업무 중지” #북 석유제품 대금 지불 못해 중 수출 75% 줄어 #미국의 중국 국영은행 제재 회피 위한 의도도

미국 정부기 북한의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해 자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시킨 중국 단둥은행 선양분행의 내부 모습.[선양=연합뉴스]

미국 정부기 북한의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해 자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시킨 중국 단둥은행 선양분행의 내부 모습.[선양=연합뉴스]

 이에 따르면 중국은행ㆍ중국건설은행ㆍ중국농업은행은 북·중 접경지역인 지린(吉林) 성 옌볜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 등 지점에서 북한인 대상 업무를 중지했다. 이 은행 담당자들은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가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중국 은행의 대북 거래 제한 등은 지난해부터 점차 시작돼 올 4월부터는 북·중 무역 거점인 랴오닝(遼寧) 성에서도 이뤄졌다. 다만, 은행 계좌는 동결되지 않아 현금 인출은 가능하지만, 송금과 입금은 불가능하다. 중국은행 등의 거래 중지 대상은 북한 여권 보유자로 중국 주재 북한 당국자와 무역관계자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른 것이 아니라 중국의 독자적 조치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해 자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시킨 중국 단둥은행의 선양분행.[선양=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북한의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해 자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시킨 중국 단둥은행의 선양분행.[선양=연합뉴스]

 중국 세관 통계 등에 따르면 지난 5~7월 원유 이외 주요 석유제품의 대북 수출은 모두 1만97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75% 감소했다. 이는 은행 거래 제한에 따라 석유 제품에 대한 대금 지급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라고 북·중 관계 소식통은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에 연간 3만∼50만t에 이르는 사실상의 무상 원유 공급은 계속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전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돈세탁에 연루된 중국 지방은행에 대한 독자 제재에 나서는 등 중국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면서 국영은행이 금융 제재 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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