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선거(5)|"후보자 정책대결 바란다"|이미지·말재치는 평가기준 안돼|인신공격·흑색선전의 오염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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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TV를 선거에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그후 TV선거와 떼려야 뗄수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었고 오늘날에 와서는 TV없는 선거를 생각조차 할수없게 되었다. TV를 유효적절하게 할용하여 좋은 이미지를 유권자에게 심는데 성공한 입후보자는 당선하는 반면 TV이용에 실패한 후보자는 낙선한다는 사실을 지난 20여년간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증명하고 있다.
「케네디」와 「레이건」은 TV가 만들어낸 「TV대통령」이라해도 과언이 아니고, 영국의 「대처」 수상은 TV를 통해 「철혈재상」이란 이미지를 창출하는데 성공하여 최장수수상의 영광을 누리고 있다. 이제 TV는 선거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치지 않고 정치의 과정과 형태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이런 변화를 부정적인 시각에서 평가하는 사람들은 TV가 정치의 알맹이는 타락시키고 껍질만 요란하게 부각시켜 정치의 본질이 외형적 이미지로 대치되고 말았다고 비판하고있다.
입후보자의 정치적 식견과 능력, 그리고 그들이 내건 정강정책은 제쳐놓고 브라운관 위에 비친 이미지와 말재치를 후보자 평가의 기준으로 삼아 선거를 TV를 위한 쇼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TV를 잘 활용하면 후진국선거의 특징으로 두드러지는 과열현상을 막을수 있을뿐 아니라 선동정치가 빚는 갖가지의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할수있다. 대군중을 옥외에 모아놓고 연설을 하는 경우 청중의 호응을 얻기위해 선동적인 언사를 구사하게되고 그 정도가 어느 수위를 넘어서면 인신공격과 흑색선전도 서슴지 않게 된다. 특히 극렬지지자들이 중심이 된 집단역학이 작용하면 군중심리가 유발되어 청중은 어느덧 난중으로 전락하고 만다.
유세를 통한 선거운동이 지니는 이와 같은 위험성을 해결해주는 것이 곧 TV선거다.
전달과정에서 형평성과 양면성, 그리고 공정성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TV를 통한 정견발표와 토론으로 선동정치의 해악은 방지할수 있다.
특히 선동정치의 열기에 유권자들이 들떠 「바람」의 향방에 따라 투표할 성향이 높은 상황에서는 공정한 TV토론을 가급적 많이 가져 선거전을 정책대결로 유도해야하고 아울러 유권자들이 감정에 좌우됨이 없이 이성적 판단을 내릴수 있게 해야한다.
TV는 특정지역, 특정계층, 특정집단만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수단이 아니다. 따라서 특정지역, 특정계층의 비위에 맞는 공약으로는 큰 효과를 거둘수가 없다. 관훈클럽주최의 토론이 질문과 답변양면에서 모두 만족할만한 것은 되지 못했지만 누가 더 비전이 있고, 더 성실하고, 더 정직한 후보자인지를 가늠하는데 도움을 준것은 사실이다.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정직하지 못한 후보, 임기응변의 화술로 위기를 적당히 넘기려는 불성실한 후보, 현안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조차 갖추지 못한 후보, 공약을 남발하여 국민을 기만하는 후보, 모함과 중상모략, 그리고 인신공격으로 한 몫 보려는 구시대적 후보의 허구성을 파헤치는데 TV만큼 표가적인 도구는 없다.
나라의 주권자인 국민이 후보자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수 있도록 후보자들은 TV앞에 정정당당히 나타나 국민의 옳은 심판을 받아야 하다. TV가 후보자들의 허상이 아닌 실상에 촛점을 맞추어 이를 국민앞에 비칠때 국민의 옳은 선택이 가능하고 또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이 가능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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