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북녘 동포에 선한 이웃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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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기도회 팸플릿을 설명하고 있는 손인식 목사.

손인식(58) 목사는 미국에서 목회활동을 하는 재미 동포다. 1973년 미국으로 이민갈 당시엔 앵커가 꿈이었다. 하지만 미국 생활을 하며 신앙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스물아홉살엔 아예 신학대학생이 됐다. 신학대학 졸업 후 디트로이트와 볼티모어 등에서 부목사로 활동했다. 90년대 초엔 베델교회 담임목사가 됐다. 로스앤젤레스 오렌지카운티 어바인에 위치한 전통있는 교회다. 당시 교인이 200명 남짓했지만 손 목사가 취임한 뒤 4500명으로 늘었다. 전미 대륙 한인교회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다.

이런 손 목사가 서울에서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대규모 기도회를 마련했다. 28일부터 1박2일간 서울 영락교회에서 열리는 '서울 통곡기도대회'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목사 1000여 명이 참가한다. 국내에선 김진홍 두레교회 목사 등 목사 5000여 명과 평신도 2만여 명이 모일 예정이다.

손 목사가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3년 겨울. 미국인 친구 한 명이 중국에서 '꽃제비'로 불리는 탈북 어린이들을 목격하고 온 뒤 손 목사에게 "너의 북쪽 동족들이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을 만큼 고통받고 있다"며 "침묵이 때론 죄가 된다"고 말한 게 계기였다.

손 목사는 미주 지역을 돌며 동료 한인 목사들과 북한 인권개선에 대해 얘기했다. 2004년 9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전국 목회자 통곡기도대회'가 열렸다. 1600여 명의 목사들이 참석한 이 행사는 현지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이 행사에 참석했던 공화당의 샘 브라운백 의원은 워싱턴에서 북한인권법안 통과를 이끌었다.

손 목사는 "한국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말하면 '보수주의자'로 찍히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며 "'보수 우익 행사'를 하려는 게 아니라 고통받는 동포들에게 우리가 '선한 이웃'이 돼야 한다는 걸 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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