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고를 겪고 있는 북한 해외공관 주재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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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공을 앞둔 평양시 대성구역의 여명거리 야경 장면. [사진=노동신문]

완공을 앞둔 평양시 대성구역의 여명거리 야경 장면. [사진=노동신문]

북한 당국이 해외 주재관들에게 외화 상납 독촉을 갈수록 심하게 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소속 기관 뿐 아니라 외무성까지 가세하다보니 해외 주재관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여명거리 조성에 외화 상납 3배 뛰어 #외무성과 소속 기관에 각각 바쳐야 #주재원들 양쪽 기관에 시달려

특히 오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에 맞춰 완공될 예정인 ‘여명거리’ 건설이 이중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복수의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해외 공관들에게 15일 이전까지 외화 상납을 마감하라는 독촉지시가 하달되면서 불만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부지면적이 89만여 m²이고 연건축면적이 172만 8천여m²에 달하는 여명거리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영도자와 인민이 일심 단결된 힘과 자력자강의 위대한 동력으로 일떠서게 될 것”이라고 선전했다.  

이후 여명거리 건설에 ‘온 나라 천만군민이 애국충정의 열의를 바치라’는 선동과 함께 많은 돌격대· 군인· 일반주민들이 돈과 지원물자를 들고 건설장을 찾도록 했는데 해외공관도 예외는 아니다.

김정은은 여명거리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하여 해외공관들과 주재원들에게 ‘충성의 지원금’을 상납하도록 지시했다.

평소에 비해 3배나 많아진 외화상납을 강요하면서도 ‘외화를 대사관을 통해 바치라’는 지시가 나오자 북한 외교관들과 주재원들의 불만이 터진 것이다.

이미 소속기관으로부터 ‘지원금’상납을 독촉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사관이 별도로 상납지시를 내려 북한 해외주재원들은 “외무성에 바치고, 소속기관에 바치고 어디서 그 많은 돈이 나오나?”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북한 해외주재원들은 국내와 달리 각 단위별로 행정적 지도와 지시는 자기의 소속기관으로 부터 받지만 ‘당 조직 생활 지도’는 대사관을 통해 받는다. 따라서 해외 주재원들은 소속기관과 외무성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이런 불만을 반영해 일부 해외공관의 경우 외무성 소속은 대사관으로, 무역대표부· 각 주재원들은 소속기관으로 자금을 보내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상납한 액수만을 대사관에 보고하고 대사관은 그 총액을 외무성에 보고하도록 조정했다. 하지만 많은 해외공관들은 과거의 관행대로 진행해 주재원들의 이중고는 여전하다고 한다.

김현경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kim.suye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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