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 구조 어선에 ‘유공 선박 명패’ 수여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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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인명구조 유공 선박 1호로 선정된 707현진호의 김국관 선장(왼쪽). [사진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인명구조 유공 선박 1호로 선정된 707현진호의 김국관 선장(왼쪽). [사진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세월호 참사가 난 2014년 4월 16일. 사고 소식을 접한 전남 진도 어민들은 주저없이 사고 해역으로 향했다. 어민들은 생업을 미룬 채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해 수십명의 승객을 어선에 실어 구조했다. 당시 언론은 해경 대신 인명 구조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이들을 ‘바다의 영웅’이라고 소개했다. 국민들 역시 이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서해해경,‘바다의 영웅’ 어선 뽑기로 #1호 선박으론 지난달 화재 선박 도와 #선원 7명 구조해낸 29t ‘707현진호’

하지만 지금은 이들을 기억하는 이가 거의 없다. 3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의 활약상이 잊혀져간 것이다.

이런 영웅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해경이 나섰다.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는 28일 “바다에서 소중한 인명을 구한 어민의 선박에 명패를 부착하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해양사고 때 큰 공을 세운 어민들의 선박에 가로 50㎝, 세로 30㎝ 크기의 명패를 부착해준다. 파란색 바탕의 명패에는 ‘인명구조 유공 선박’이라는 문구와 함께 선장의 이름, 사고 날짜와 장소, 유공 내용 등이 담긴다. 인명구조 선박에 일종의 훈장을 달아주는 것이다.

해경은 최근 제1호 유공 선박으로 29t급 신안 선적 어선 707현진호를 선정해 명패를 부착해줬다. 이 어선 김국관(49) 선장은 지난달 23일 진도군 병풍도 남서쪽 약 22㎞ 해상에서 불이 난 선박의 선원 7명을 구조했다.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김 선장은 해경으로부터 사고 소식을 접한 뒤 그물을 끊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어민들의 구조 활동은 의무 사항이다.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인근 선박 등의 구조지원)는 조난 현장 부근의 선장 등이 구조 요청을 받으면 최대한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에 나선 어민이나 선장·선원에 대한 보상은 매우 적다. 약 8시간 동안 구조작업을 했을 경우 일당 5만여원에 유류비 정도를 받는다. 어민들이 같은 시간 조업을 할 때 벌어들이는 수입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인명 구조의 중요성과 비교해서도 적은 액수다.

이 같은 현실 속에 선박 명패는 구조 작업에 나선 어민들에게 자긍심을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해경은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어민들에게도 귀감이 돼 추후 구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기 부여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해해경본부 관계자는 “명패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부착 대상 선박을 엄격하게 선정하는 한편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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