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 일본의 빈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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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토끼장에서 벗어나자』
전원에서 한가하게 토끼나 기르는 사람들의 목가적인 소리로 들릴는지 모른다. 그러나 요즘 일본인들이 입만 벙끗했다하면 나오는소리다.
「토끼장」이란 일본인들이 자기네 주절을 얕잡아 부르는 말이다.
일본은 지난해 무역흑자 1천14억달러, 경상수지만도 9백38억달러에 달하는 부를축적했다.
그래서 일목 기업들은 맨해턴이나 로스앤젤레스에서 오피스빌딩과 콘더를 마구 사들인다.홍콩에서는 호텔, 하와이에서는 섬까지 매입한다.
빌딩과 토지뿐만이 아니다. 미국재무성 증권을 매입하는데 수십억달러를 쓰며, 미술품 매입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4월 런던 미술품경매장에서는 한 보험회사가 「고흐의 작품『해바라기』를 4천만달러에 매입하여 화제가 되었다.「심프슨 부인의 보석경매에도 그들은 혈안이 되어 몰려 들었다.
최근 대장성 발표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일본의 해외 증권투자 잔고는 2천4백8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또 국제결재은행(BIS) 이 지난3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일본 은항들의 해외 자산은 무려 1조1백94억달러로, 5천억달러의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그런 부국 일본의 주택이 「토끼장」이라면 세상이 웃을 노릇이다.
이번주 뉴스위크지는 「풍요한 사회」란 제목으로 일본의 부를 특집으로 다루었다. 그러나 기사를 잘 읽어보면 「부」속에 감추어진「빈곤」을 꼬집고 있어 흥미롭다. 한마디로 일본은 그들 말로 나리킨(성금=버락부자), 돈을 벌줄은 알아도 쓸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일본의 소비자들은 쇠고기 4백54g에 약1만2천원을 지출해야한다. 동경의 부동산은 작년에 54%나 뛰었으며, 평생 골프회원권은 8억2천만원이나 한다.
그래서 일본의 중산층은 적어도 생활의 질에 있어서는 일본이「세계의 부국」이란 말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동경의 땅값은 살인적이다. 은좌의 땅 한평이 7,8억원을 호가한다.
따라서 대도시 샐러리맨들이 정원이 딸린 번듯한 자기집 한채를 장만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83년 정부조사에 따르면 국민의46%가 자기집에 큰 부담을 갖고있다.
그리고 10%이상은 아직도 정부가 정해 놓은 기준 (4인가족에13평)이하의 집에서 살고 있다.
일본이 정말 부국이 되려면 국민을 하루속히「토끼장」에서 벗어나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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