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 '몰카' 파문] 몰카 촬영자도 몰카에 찍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청와대 양길승 제1부속실장 파문의 진상규명 작업에 검찰이 뛰어들었다. 지난 2일 梁실장이 몰래카메라 촬영 부분에 대해 정식 수사를 의뢰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현지에 급파된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팀은 조만간 향응 부분의 조사를 매듭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몰래카메라 촬영과 관련된 대목은 검찰 수사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梁실장이 향응을 받은 것과 '몰카' 부분은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며 "누군가가 정권에 타격을 주기 위해 '몰카' 등을 이용했다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梁실장에 대한 징계를 진상조사 후로 미룬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梁실장 파문은 이제 '몰카' 사전 기획이라는 음모론의 실체 찾기로 초점이 옮겨지고 있다.

◆'몰카'에 찍힌 '몰카' 촬영자=현지에서 조사 중인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팀은 '몰카'가 사전에 기획된 사실에 어느 정도 확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팀의 한 관계자는 "梁실장의 청주 방문 일정이 사전에 지역 정가에 유출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도 이 부분에 집중되고 있다.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현재 술자리 참석자들에 대한 조사와 병행해 술자리가 있었던 6월 28일 밤 촬영된 필름을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SBS는 3일 "梁실장 일행이 술자리를 마치고 나와 나이트클럽 입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 몰래카메라 가방을 든 여성이 찍혔다"며 해당 장면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梁실장 일행이 나이트클럽 입구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연한색 청바지에 회색 반팔 상의를 입은 여성이 허리춤에 검은색 손가방을 끼고 있는 장면이 담겨 있다. 왼손을 바지주머니에 넣고 오른쪽 허리춤에 검은색 손가방을 낀 이 여성은 일행 주변을 돌고 있었다.

또 검은색 바지에 흰색 상의를 입은 젊은 남성이 바로 뒤편에 서서 주변을 살피며 망을 보는 모습이 담겨 있다.

SBS는 "근접 촬영과 동시에 나이트클럽 맞은편 건물에서도 梁실장 일행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원거리 몰카 촬영팀이 찍은 화면에 근접 몰카 촬영팀이 잡힌 셈이다.

◆압축되는 '몰카' 주모자=청주지검의 한 관계자는 이날 "나이트클럽 대주주인 李모씨의 반대파가 '몰카' 촬영을 주도한 것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와 함께 지역 정가에선 나이트클럽 대주주이면서 梁실장이 묵은 호텔의 소유주인 李씨와 최근 알력을 빚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의 사전기획설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 이권다툼설이다.

李씨는 우선 인근 유흥업소와 크고 작은 갈등을 빚어 이들의 미움을 샀다. 또 나이트클럽 운영과 관련해서도 이익의 배분을 놓고 동업자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문제는 이렇게 찍은 '몰카' 화면이 언론 등 외부에 보내지는 과정에서 제3의 세력이 작용했느냐 여부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찍은 세력과 이를 언론에 유포한 세력이 별개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정치적 음모설이다.

민주당 충북도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당시 경쟁관계에 있던 구주류 인사들이 吳부지부장을 견제하기 위해 이번 일을 벌였다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말했다.

박승희, 신용호 기자

<사진 설명 전문>

SBS가 8시 뉴스에서 지목한 문제의 여성. 보도에 따르면 이 여성은 손가방에 몰래카메라를 숨겨 양실장 일행을 촬영했다. [SBS-TV 촬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