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귀인 무용발표를보고… 이병옥|대학무용의 신선함 만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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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병인년을 마무리하는 정귀인의 현대무용 작품『병인년의 축제-행복찾기』와『흙』이 호암아트홀(12월13일) 에서 펼쳐져 관심을 모았다 (중앙일보 주최).
정귀인씨는 그동안 현대인의 삶의 단면을 풍자적으로 바라보는 축제 시리즈 무대를 꾸며왔는데, 올해도『갑자년의 축제』『을축년의 축제』에 이어 세번째무대로『병인년의 축제』를 마련한것. 22세의 대학 졸업반 남학생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이제 막 사회에 나가 자신의 이상과 꿈을 펼치고자 기대에 부푼 초년생이 열광적인 갈채를 받으며 첫 출발하는 장면부터 막이 열린다.
부푼 출발과는 달리 자신의 생각과 어긋난 냉혹한 현실에 부닥치며 그의 인생목표인 행복을 찾아 방황하고 번민하는 과정을 우회적이고 체험적으로 전개함으로서 결국 첫 신에서 보여준 갈채는 허황된 꿈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무대는 교훈적인 대학무용으로 신선함을 주었으며, 자동차 타이어를 이용한 메커니즘적 생활모습의 형상화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무용수들은 의욕이넘처 열연했으나 완숙되지못한 기량으로 세련되지 않은 몸사위와 산만한 움직임만이 난무하여 소품적인 인상을 지울수 없었다.
2부작품『흙』은 인간이 딛고 사는 터전이며 삶의 고향이면서 마침내 다시 돌아갈 보금자리인 흙을 소재로한 작픔으로 흙의 냄새를 느끼며 살아가자는 인간 본연의 향수를 주제로 그려졌다.
특히 표현방식에서 이해식씨의 창작 국악 반추에 맞춰 한국적인 의상과 춤에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 한국 현대무용의 현주소를 보여준 안무 의도가 좋았다. 또 흙을 대신한 쌀무더기로 흙의 냄새를 맡으며 삶의 기지개를 펴게하는 구도적인 표현은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으나 주제 표현의 깊이가 얕고 와닿는 정서의 부족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주지못한 점이 아쉬웠다.<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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