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파괴의 논리는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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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이틀동안 벌어진 대학생들의 방화·파괴행위는 자유와 민주, 그리고 질서에 관해 다시 한번깊이 생각케 한다.
「자유와 민주」라는 구호를 외치는 시위학생들이 기회만 있으면 무조건 파괴하고 불을 지르는 자신들의 행동을 어떻게 합리화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에서는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들이 경찰버스와 순찰차에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질렀고 이 불을 끄려고 달러온 소방차마저 태워 버렸다.
이에 앞서 12일에는 대학생들이 교내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했다는 이유로 자기 대학교 총장의 승용차에 불을 질렀다.
학생들의 이날 시위구호는 「독재타도」「미제축출」「제헌의회소집」이었다고 한다.
최근 학생들의 시위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구호와 다를 것이 없다.
이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도 좋다는 논리인가.
우선 자신들의 주장이 아무리 옳다고 확신한다 해도 뜻을 폭력과 파괴로 관철시키고 달성하겠다는 생각에 공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둠 속에서 불을 지르고 기물을 때려부수는 행위는 사회불안과 공포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오히려 국민들로 하여금 그들의 행동뿐만 아니라 주장 자체에도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자유와 민주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소망이지만 그렇다고 해서방화와 파괴가 판을 치는 공포 분위기나 사회불안을 좋다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학생들의 방화·파괴의 대상이 된 차량들은 우리 국민 재산이다.
공공의 재산을 파괴한다는 것은 무정부적 사고방식이 아니고는 상상을 할 수 없다.
이러한 파괴행위가 시위를 벌이는 수백명 전체 학생의 뜻에 따라 일어난 일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극렬한 일부 학생들의 소행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아니면 불순분자가 이들 학생들의 시위에 편승하여 혼란을 틈타 이런 질서 파괴행위를 감행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니면 민주화를 바라지 않는 엉뚱한 세력이 학생시위를 역이용하여 극렬 행위를 자극하고 유도하여 파국으로 몰아 넣으려는 음모를 획책할지도 모른다.
그런 가능성을 상정해 보면 많은 학생들의 단순한 시위가 이들 일부 극렬·불순세력에 의해 이용당할 우려를 떨쳐 버릴 수 없는 것이다.
학생들의 행동이 순수한 동기에 의해 출발했을지라도 우리가 살고있는 이 나라의 정세는 이런 복잡한 가능성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악용되고 오도될 위험성이 항상 실재한다는 사려를 왜 못 갖는가.
그것이 우리가 소란보다는 질서를, 불안보다는 안정을 선택하는 이유다.
현실을 개선하려는 생각은 국민들의 한결같은 의지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질서 속에서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은 국민 전체의 각성과 높은 정치의식, 올바른 주권의 행사에 의해 성취되는 것이지 학생들의 폭력이나 파괴행위에 의해 이루어질 수 없음을 분명히 알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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