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받든지 직선제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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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정권은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요구하는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외면하고 장기집권의 흉계를 비장 시킨 사이비 내각책임제 개헌 주장으로 또다시 국민을 기만하려 하고 있다.
독재정권 연작을 위한 것이란 두 가지 증거를 지적한다.
첫째, 내각책임제라는 정부형태의 겉모습에 대해서만 말했을 뿐 그 제도하에서의 「국민의 자유로운 정부선택권」보장여부를 결정 짓는 의원선거제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비치지 않고 있다. 이는 반민주적인 의원선거법을 끝내 감춰 두고 있다가 여당의 개헌안을 힘으로 밀어붙인 후 여당끼리의 국회에서 제멋대로 통과시킬 계획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둘째, 내각제 개헌구상은 집권당의 당헌 . 당규의 내용에 따라서는 1인 장기독재라는 최악의 상태마저 가능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집권당이 당권을 장악한 인사에게 당 소속의원의 모든 정치행위를 지시·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면 결과적으로 의회와 내각, 심지어 수상까지도 그 인사의 꼭둑각시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는 몇몇 후진국에서 있었던 반민주적 통치방법의 한 형태이기도 해 이런 최악의 가능성에 대해 우려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 우리 당은 지난 수개월동안 국내외로부터 타협과 양보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어왔다. 때로는 파국과 이른바「판 쓸이」따위의 위협적인 언사와 함께 타협이 강조되기도 했고, 때로는 우리국민 역량과 이 나라 정치현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낭만적인 발상의 양보를 권고 받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당이 두려움 때문에 절대다수 국민의 직선제 개헌여망을 포기한다면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헌법과 그 헌법에 의해 성립될 제6공화국은 출범도 하기 전에 5공화국이 직면했던 것보다 몇십 배나 더 격렬한 정통성시비를 겪게 될 것이다.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이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대통령직선제」와「내각책임제」, 즉 개헌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 이를 국민에게 직접 선택하게 할 것을 제의하는 바이다. 지금까지 개헌정국이 호구를 거듭했던 것은 결국 권력구조에 대한 여-야의 대림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국민투표에 의해 국민의 의사를 직접 확인할 것을 주장한다.
이를 위해 유신잔재인 현행 국민투표 법을 민주적으로 개정, △찬반의사만을 묻도록 된 조항을 고쳐 양자택일을 가능케 하고 △찬·반 토론을 금지한 조항을 개정, 민주적이고도 자유로운 홍보활동을 가능케 하며 △투·개표의 공정성을 보강토록 해야 할 것이다.
법제뿐 아니라 운영의 공정성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도록 국민투표를 비롯한 전 선거과정을 관장할 거국적인 선거관리내각의 구성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력히 지적해 둔다.
진실로 국민이 내각제를 지지한다고 믿는다면 두려움 없이 나의 제의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며 만약 이를 받을 자신이 없다면 더 이상 구차한 모습으로 자신의 음모에 매달리지 말고 직선제개헌안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문제의 협의를 위해 언제든지 여-야 지도자회의에 응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다.
개원국회에서 여-야가 온 국민에게 명분으로 발표했던 김대중씨 등 사면-복권과 양심수 석방은 한낱 휴지조각으로 변했고「개헌특위」구성에 즈음해 합의했던 구속자 석방은 구속자의 대폭 증가로 끝나고 말았다.
개헌특위도 여당이 고의적으로여야 간사간의 합의를 파기함으로써 2개월 여의 공전 끝에 마침내는 그 기능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고 말았다. 이처럼 식언과 위약이 되풀이되고 있다.
우리의 정치풍토가 이처럼 한심스러운 지경에 이르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나 그 가장 중요한 병인이 언론자유의 부재에 있다고 믿는다.
현재의 반민주적 언론탄압과 정부의 언론개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엄숙히 요구하면서 만약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폭력적 수단을 동원하는 일체의 민주화 투쟁에 대해 현정권이 처벌의 도덕적 근거를 상실케 됨을 경고한다고
최근 정부는 독재권력의 무절제한 지원으로 양산됐던 부실기업정리를 위해 4조원이 넘는 돈을 15년 거치 15년 상환으로 내줬는데 이 액수는 1천만 농민의 빚을 완전 탕감해 줄 수 있는 금액이고 농민·도시영세민의 의료보험 혜택, 중학의무 교육, 초등학교 과밀교실해소 등 3대 난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금액이다.
정·경 야합을 숱하게 보아 왔지만 이처럼 파렴치한 작태는 본적이 없다.
금융실명제, 개정상법의 상호출자금지규정, 공정거래법개정구상 등은 재벌들의 입김에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고 부동산종합세제는 언제 실시될지 기약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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