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문닫게 한 勞·勞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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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노노(勞勞) 간 마찰이 4개월째 계속되자 회사 측이 끝내 직장을 폐쇄했다.

경기도 안산지역 택시회사인 상록운수(대표이사 신경희)는 지난 26일 "조합원들의 갈등으로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어렵다"며 서울북부지방노동사무소에 직장폐쇄 신고서를 제출하고 문을 닫았다.

회사 관계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서로 노조 사무실을 장악하기 위해 충돌하고 있어 부득이 직장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7일부터 회사 택시 1백65대 운행이 전면 중단됐으며 회사와 노조 사무실 역시 굳게 잠겼다.

회사 조합원들의 갈등은 지난 4월 한국노총 산하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소속인 노조 집행부가 회사 측과의 단체교섭에서 '월급 인상 없는 사납금 6천원 인상안'에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협상 결과에 불만을 가진 노조원들은 "한국노총 계열인 노조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민주노총 계열인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소속으로 상급단체를 변경하도록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노조는 지난 22일 조합원 1백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를 변경하는 안건에 대해 찬반 투표를 했다. 그러나 당시 일부 무효표에 대한 해석을 놓고 노조원들의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노조 위원장이 가결을 선포하는 바람에 충돌을 빚었다.

이어 민주노총 산하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경기본부 소속 노조원 3백여명이 지난 25일 회사를 방문, 노조 사무실을 접수하려다 한국노총 계열 노조원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여 양쪽 노조원 20여명이 부상했다.

게다가 사무실에서 밀려난 한국노총 계열 노조원 3백50여명이 26일 노조 사무실을 되찾으려다 또다시 폭력사태가 빚어졌다. 이처럼 노조 주도권을 놓고 양대 노총이 조합원을 동원해 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결국 회사 측은 직장폐쇄를 선택하게 됐다.

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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