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을 보고…김방옥 <연극평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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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뮤지컬에는 노래와 춤과 달콤하고 낙천적인 삶이 있다.
귀를 울리는 라이브 뮤직과 감미로운 노래,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율동이 엮어가는 이야기에 강하게 빨려드는 맛은 오직 연극무대를 통해서만 경험할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아가씨와 건달들』(「에이브·버러우스」작·문석봉연출)은 83년12월에 초연한 이래 재공연을 거듭하여 3월2일로 2백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서울에서만 이미 13만명 (극단측 집계) 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다.
녹음된 테이프소리에 입모양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이 직접 노래하는 뮤지컬. 외국에서는 대기업으로 간주될만큼 많은 인력과 물량이 요구된다는 뮤지컬이 우리 연극계 현실에서 과연 가능할까. 초연 당시에는 이런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민중」「광장」「대중」세극단은 합동공연으로 멋지게 해냈고 계속 많은 관객과 비평가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가씨와 건달들』이 관객을 모은 까닭은 무엇일까.
연기, 노래와 춤 및 전반적 연출이 원작이 요구하는 분위기에 상당히 근접한 까닭도 있지만 여느 명작 희극에 못지않은 탄탄한 짜임새의 희곡구성이 큰 몫을 차지한 때문이 아닐까.
도박꾼들과 그 주변의 금발아가씨들의 사랑이라는 소재는 언뜻 이질감을 줄 법도 하지만 관객은 치밀하고 시피디한 사건진전에 쉽게 몰입할수 있다.
『아가씨와 건달들』의 여파인지 작년부터 『카바레』『철부지들』『지붕위의 바이얼린』『애니』등 많은 뮤지컬들이 공연되고 있다. 가히 뮤지컬 붐이라고 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워낙 골치아프게 사색하기 보다 춤과 노래를 즐겨한다고 한다. 창극이나 「예그린」과 같은 과거의 한국식 뮤지컬은 그리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요즘 유행하는 마당놀이 같은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식 뮤지컬이다. 서양식이든 우리식이든 좋은 대본이 있고 연기자의 춤과 노래를 계속 훈련시킬 여건만 된다면 뮤지컬도 본격적으로 달려들만한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26일까지 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 28일∼3월3일 세종문화회관 별관에서 공연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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