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한 몸 이끌고 무서운 투혼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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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배=최설주특파원]조치운기성은 17일 제10기 기성전 7번승부 제1국에서 2백16수만에 두집반의 근소한 차로 도전자'고바아시'(소림광일)9단에게 파했다.
조기성은 남은 시간 2분, 소림은 1시간31분. 조기성은 이날 대국에서 단기결전을 시도했으나 소림명인은 이를 피하고 유리한 집차기작전으로 대결했다.
조기성은 좌하변. 중하변과 중우변에 집을 확보, 세귀를 차지한 소림9단과 접전을 벌였으나 넓은 바둑으로 이끌어 체력을 소모시킨 소림9단의 작전이 주효한 것으로 일본 바둑관계자는 말했다.
이에 비해 조기성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끈질기게 수를 파고 들지 못했다. 대국을 끝낸 조기성은 "바둑을 두기 전에는 내 건강이 몹씨 불안했으나 별일없이 끝나 다행이다. 내가 머리가 좀 나빠졌다. 좋은 바둑을 두지 못해 유감이다. 앞으로 좀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첫판을 승리로 이끈 소림형민은 "상오중 조기성이 굉장히 괴로워 했으나 하오부터는 기백이 나타나는 등 보통때의 조치훈으로 돌아갔다"고 말하면서 그의 건강을 염려했다.
이날 대국에 입회했던'후지사와"(후탁수행)명예기성은 "조기성이 심하게 부상했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바둑을 두었다. 역시 제1의 기백을 보여주었다. "고 말했으며 림해봉 9단은 "처음 교통사고가 났을 때 병원에서 조기성을 보니 상처가 너무 참혹해서 바둑을 둘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기성은 그런 몸으로 대국장에 나타나 치밀한 바둑을 전개했다"고 관전평을 했다.
조기성은 17일 대국에서 너무 지친 나머지 식욕마저 잃어 점심식사도 걸렀으며 하오5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예정된 저녁식사 시간도 거절, 대국을 계속했기 때문에 관계자들은 그가 불계패를 선언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 주변이 한때 술렁거렸다.
바둑을 끝내고 방으로 돌아온 조기성은 다리의 통증을 견디지 못해 '아야, 아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조기성은 18일상오 독매신문사 전용기편으로 동경으로 돌아가 게이오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조기성은 이 병원에서 왼쪽다리의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조기성은 원래 두다리를 모두 수술해야 했으나 대국 때문에 오른쪽 다리만 수술하고 왼쪽다리 수술은 미뤄 왔다.
다음 제2대국은 오는 29일, 30일 시마네(조근)현 마쓰에(송강)시에서 열린다.

<소림 형세판단 정확>
▲김수영6단의 말=흑37로 이은 것이 이상했다. 37을 보류하고 38자리에 밀어 백이 44자리로 뛸 때 36, 44사이에 끼웠으면 좋았을것 같다. 그렇게 되면 상변 백이 엷어진다.
백46이 회심의 일착으로 보인다. 소림9단이 형세판단을 정확하게 해서 하변흑세를 삭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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