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중국 고전에서 뽑아낸 시진핑의 말말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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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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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부패와의 전쟁
청지룽 지음, 유상철 옮김
종이와나무
232쪽, 1만3000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하자마자 공산당과 군부 고위층을 겨냥한 개혁의 깃발을 들어 올렸다. 총서기가 된 지 한 달도 안 된 2012년 12월 초 고위 공산당원의 업무태도 개선을 위한 규정을 만들었다. 이른바 ‘당8조(黨八條)’. 회의 간소화, 근검절약 생활화 등 조직 생활의 기초적인 내용들이 포함됐다. 이어 군부 고위층을 상대로 형식주의와 관료주의, 부정부패를 일소하라는 ‘군10조’도 발표했다. 금주령까지 내렸다.

이같은 정풍운동은 현재 시진핑이 누리는 인기와 리더십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부패 척결과 청렴 정치는 그의 주요 연설 때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시진핑은 중국의 고전에서 공직자 청렴에 관한 구절을 자주 인용하는데, 이 책은 그같은 시진핑의 연설에 나오는 고전 인용문을 작가이자 사회학자인 저자가 105개 항목으로 선별한 후 해설한 책이다.

예컨대 시진핑은 2013년 반부패를 주제로 열린 ‘당 중앙정치국 제5차 집단학습’에서 “부패와 관련해서는 호랑이든 파리든 모조리 때려잡아야 한다는 것을 견지해야 한다”면서 “좀벌레가 나무를 쓰러뜨리고, 작은 틈이 큰 벽을 무너뜨린다”고 했는데 전국시대 법치 사상가 상앙의 『상군서』에서 인용한 것이다.

“부패는 싹부터 잘라내야 한다” “중병은 극약으로 치료한다” “뼈를 깎아 독을 치료한다” 등과 같이 법에 의한 규율 강화를 중시하는 구절이 많이 보이지만, 유가의 덕치 사상도 종종 인용했다. “선을 보거든 미치지 못할까 마음 쓰고 악을 만나면 뜨거운 물을 만진 것처럼 멀리해야 한다” (이상 『논어』) 등이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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