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에 IT 기술 도입 … 신약 개발·출시 빨라진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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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 장면이 전면 수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이 환자의 반응을 종이에 적는 형태의 임상시험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임상시험에 참가한 환자의 상태 변화를 의사가 직접 수기로 정리했다. 증례기록서(CRF)라고 불리는 종이에 임상시험 데이터를 기록하고, 이 종이를 한곳으로 모아 데이터를 분석했다.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람의 실수로 인해 임상 데이터의 정확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컸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경우 3~4년 전까지도 종이 기반 임상시험이 대부분이었다.

▲ 고려대안암병원 임상약리학과 박지영 교수

하지만 임상시험에도 혁신적인 IT 기술이 도입되면서 전자자료수집(EDC)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글로벌 표준으로 인정받는 클라우드 기반 전용 솔루션을 임상시험에 도입해 데이터를 수집 및 관리하는 방식이다. 임상시험에서 IT 인프라를 강화하면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다국적 제약사 주도로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제약사들과 여러 임상시험센터에서도 임상 IT 솔루션을 활용한다.

전자자료수집 시스템 도입은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가장 큰 변화는 임상 데이터의 표준화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임상시험은 보통 여러 기관에서 동시에 수행된다. 그런데 각각의 기관에서 모두 다른 형식의 데이터 취합 시스템을 사용하면 임상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손실되거나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에서는 국제임상데이터교환표준컨소시엄(CDISC) 표준에 맞춰 임상시험 데이터를 전자문서화해 관리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2010년 ‘임상시험 전자자료 처리 및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임상 데이터의 신뢰성과 품질·무결성 보장을 위해 전자자료 수집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신약물질 개발의 초기 임상 단계부터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거나, 해외 임상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임상시험 데이터의 표준화는 점점 더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병원 임상센터에서도 메디데이터(Medidata)와 같은 글로벌 선도기업의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을 도입했다.

전자자료수집 시스템은 모니터링을 위한 임상시험 수행기관 방문 횟수를 줄여주고, 임상 데이터를 처음부터 규격화된 양식에 맞춰 수집한다. 따라서 임상시험 과정에서의 효율성이 높다. 또 실시간으로 임상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 임상시험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해준다. 앞으로도 전자자료수집 방식의 도입은 점점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아직도 치료제가 없는 수많은 질병이 존재한다. 하나의 신약이 탄생하는 데 10년 이상의 기간과 수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임상시험에 부는 IT 솔루션의 도입은 임상시험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반갑다. 이제는 초기 임상시험단계부터 전자자료 수집 방식이 사용돼 더 많은 신약이 더 빨리 개발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임상시험의 체질 개선으로 신약이 반드시 필요한 환자에게 신속하게 전달돼 이들이 질병으로 제약받지 않는 미래가 다가오길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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