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서두르지 않는 마음가짐은 승부의 미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본선 4강전 3국> ●·스 웨 9단 ○·탕웨이싱 9단

기사 이미지

3보(25~38)=상변 25는 스웨의 기질을 고스란히 드러낸 수. 전투를 즐기지만 공격을 서두르지는 않는다. 상대를 서서히 크게 압박하는 스타일. 날카롭지 않으나 묵직하다. 급전을 선호하는 기풍이라면 ‘참고도’ 흑1인데 이때는 백2로 하나 붙여놓고 백4, 6으로 맞끊어가는 타개의 수단이 있다.

26부터 35까지, 상변 흑 세력 안에서 벌어진 접전을 보면 백은 철통 같은 흑의 진영을 휘젓고 삶의 형태를 갖추었으므로 만족인데 흑은 어떤가? 이 절충은 흑도 나쁠 게 없는 결과다. 안방을 내준 것 같지만 우상귀를 알뜰하게 지켰고 그 와중에 선수를 뽑아 우하귀도 큼직하게 굳혔다. 게다가 상변 백을 살려주는 과정에서 25, 31, 35로 울타리를 쳐 좌상귀 쪽 흑▲와 호응하는 세력의 발전성을 확보했으니 백이 맛본 상변 침투와 타개의 희열 이상의 즐거움을 얻지 않았을까.

승부에서, 서두르지 않는 마음가짐은 대단한 미덕이다. 악착같이 파고들어 쑥밭을 만들어놓은 것 같은데 막상 결과를 보면 점잖게 물러서서 타협한 것처럼 보이는 흑의 소득이 더 크다. 상변 36을 가만히 지켜보던 스웨는 손을 돌려 좌하귀 쪽 37로 도전. 상변 흠집은 끝내기 정도라는 생각인데 탕웨이싱은 대뜸 38로 그곳을 끊어간다.

손종수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