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왜 떨어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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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2일 뉴욕에서 열린 서방5개국긴급재상회의 (G5) 는 1차석유파동이후 최대의 위기에 직면한 세계경제· 무역질서에 아마도 가장 중요한 전환점을 획하는 모임이 될 것이다. 이모임에서 결정된 달러화의 약세화 유도합의는 그 결과가 성공이나 실패 어느 쪽이든 간에 향후 세계경제에 중대한 파급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달러화 약세화 전략이 성공적으로 이끌어지고 선진공업국들의 통화불균형이 정상화될 경우 미국의 무역적자는 개선될 수 있다. 이는 한계에 이른 대내적 보수주의 압력과 대외적 무역마찰을 해소하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반대로 원활한 통화조치조정에 실패할 경우 세계무역의 대조적 양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무역 보복의 악순환과 시장의 분할이 전면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지금은 그 어느쪽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볼때 지금의 상황이 그만큼 위기적이기 때문에 이같은 긴급 조정의 필요성과 합의가 자연발생한 것이라 볼수 있다.
따라서 이번 합의의 성공적 실행여부는 금세기 남은 10여년의 세계경제질서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지금의 세계경제가 안고있는 위기의 본질은 표면으로 나타나고있는 보수주의와 무역대결의 양상자체보다는 그것을 촉발하고 증폭시키는 세계통화의 불안정구조와 국제적인 조정기능의 마비라 할수있다.
71년8월15일의「닉슨」쇼크 (달러방위조치) 이후 미국은 달러의 강세화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함으로써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위신회복과 국내적 인플레대응을 동시에 추구했다.
그로 인해 미국은 석유파동 이후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하고 대내적안정을 얻었으며 소련을 주축으로한 비시장경제권에 대한 영향력도 동시에 강화할 수 있었다. 달러강세는 무역적자라는 크나큰 희생을 동반했지만「스트롱 아메리카」를 지향하는 중요한 정책수단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역적자의 누적이 연간1전5백억달러를 넘어선 지금은 국내산업의 경쟁력약화와 실업문제까지 겹쳐 더이상 강세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적자해소를 위한 대외개방압력과 수입규제의 강화는 문제의 해결보다는 대결을 격화시킴으로써 국제정치상의 중요한 장애요인이 되었다. 이런 요인들은 모두 미국으로 하여금 더 이상의 달러강세정책을 포기하게 만든 요인들이다.
문제는 서방공업국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달러화약세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인지가 중요한 관심사다. 그것을 위해서는 많은 장애를 넘어야한다.
그 첫째는 달러화가치를 인위적으로 얼마나 더 떨어뜨릴지를 합의해야 한다. 미국의 무역적자해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5%이상 더 하락해야 한다는 추산이다. 이때「엔」화의 값은 1달러당1백90엔쯤 된다.
그만큼 각국의 환시개입이 지속될 수 있을지가 중요한 변수다. 또 하나는 통화가치의 하락이 무역수지개선에 반영되는 시차가 1년이 넘은 점이다. 이동안 미국이 국내보호주의 압력을 정치적으로 얼마나 해소할 것인지가 문제다.
통화가치조정 외에도 각국의 국내정책을 활성화하는 문제가 남는다. 긴축의 완화와 내수확대로 환율조정에 따른 경제적 압력을 해소하지 않는한 무역마찰의 해소는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제반 요인들을 고려할때 G5재상회의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오는 10월의 서울 IMF 회의에서도 이런 문제들이 실질 진전을 이룩하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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