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단합을 최우선의 과제로|격돌직전서 극적 타협이룬 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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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추·비민추간 당헌개정안을 놓고 팽팽히 맞서 표 대결로 갈 것 갈던 신민당의 전당대회양상은 30일 김대중·김영삼·이민우 3자 회동이 당헌개정을 않고 민추·비민추간 부총재 3명씩을 안배하자는 새로운 안을 들고 나옴으로써 급격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30일 상오 프라자호텔에서 있은 이민우 신민당총재와 두 김씨의 회동은 두 김씨가 주장하던 「임기1년 안」을 이 총재에게 설득시킬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두 김씨가 『당헌을 개정하지 않고 부총재수를 비민추측의 요구대로 3대3으로 한다』 는 최대의 양보 안이 나옴으로써 대리변.
회담이 끝난 뒤 이들은 3자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시국의 중대성에 비추어 이번 전당대회가 계파이익을 초월하여 원만하고 단합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질 필요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믿는다』 면서 『지금 외부세력이 우리 당을 공작정치의 제물로 삼으려 온갖 계획을 진행시키고있어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할 것』 이라고 양보에 따른 배경을 설명.
이들은 또 『이로써 이번 전당대회가 원만하고 축제분위기로 치러질 수 있게 됐다고 믿는다』 고 했는데, 회담이 끝날 무렵 합류한 조연하부총재, 김동영 총무, 이용희· 송간영 의원, 홍사덕 대변인 등은 모두 밝은 표정으로 『수고들 하셨다』며 치하.
이날 모임은 3자 회동 전에 두 김씨가 먼저 30분간을, 이어 도착한 이 총재와 김영삼씨가 회답장인 17층 1790호 객실에 김대중씨만을 남겨둔 채 2185호 객실에서 20분 간 별도 회담을 한 후 3자가 모여 방문을 걸어 잠그고 회담을 시작.
이들의 회담은 40여분만에 결론이 난 듯 중간에 와있던 조부총재· 김 총무 등과 합류해 문안작성에 들어가 다시 20여분만에 작성한 합의문을 홍사덕 대변인을 통해 발표.
이 총재와 김영삼씨가 별도로 회담하는 도중 혼자 남은 김대중씨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기1년 안」 은 우리측 대의원들에게 이 총재 지지를 설득키 위한 방안이기도하다』 고 말해 자신이 주장한 「l년안」 의 필요성을 설명하고는 곧이어 『신민당전당대회는 전당 대회일에 이르러야 윤곽이 드러나는 것이 관례라고 누차 얘기하지 않았느냐』 고 말해 전당대회 이틀을 앞둔 현 싯점에서 자신이 제안했던 당헌개정안 등을 철회하는 선에서 3자 합의가 이뤄진 것임을 넌지시 암시.
○…한편 홍사덕 대변인은 회담이 끝난 뒤 『이민우 총재는 회답결과에 매우 만족해 하고 있다』 라고 말했는데 이 총재는 주류와 비주류 측이 당헌개정문제를 놓고 팽팽히 맞서자 지난 27일부터 두 김씨와의 3자 회담을 비롯, 비주류 측의 이철승· 신도환 의원 및 이기택 부총재를 순차적으로 여러 차례 만나 양측의 의견통일을 위해 중재의 노력을 해왔다.
이 총재의 한 측근은 『이 총재가 양측의 의견통일로 원만한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해 무진 애를 썼는데 건강을 해칠 만큼 부지런히 좇아 다녔고 몹시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하더라』고 부언.
이 측근은 또 『29일 낮 이 총재가 정무회의 후 이철승· 신도환 의원과의 회동, 김영삼씨와의 만남, 심사소위회의에 5시간참석 등 29일 하루종일 당헌개정단일안을 위해 동분서주했다』면서 『양측의 의견이 워낙 팽팽해 타협점이 보이지 않자 이 총재는 「전당대회가 끝나면 차라리 총재직을 그만두고 산에나 올랐으면 」 이라고 덜어놓기도 했다』 고 총재의 심경을 전언.
3자 회담이 끝난 후 김대중씨는 조부총재, 이용희· 송간영의원 등과 곧바로 호텔을 떠나 동교동자택에서 12인위와 회동하고 회담결과를 설명.
이 총재와 김영삼씨는 회담 후 호텔2층 음식점에서 잠시 머물러 회동.
○…3자 합의는 이날아침 3자 회동 전 두 김씨의 사전회담에서 이미 합의됐으며 합의사항을 김영삼씨가 이 총재에게 별도회담을 통해 통보한 뒤 3자가 다시 모여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김대중씨가 설명.
김대중씨는 이미 회답 전에 이 같은 결심을 굳힌 뒤 김영삼씨에게 먼저 제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담이 끝난 후 김대중씨는 곧장 동교동자택에 도착, 1시간20분간 12인위회의를 주재하고 이날 3자 회담 결과에 대해 설명했는데 참석자들은 한결같이「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처음엔 몹시 당황.
곧이어 대부분의 참석자는 『언론에서 비민추를 두둔한 결과』『결과적으로 줄 것은 다 주고 욕만 먹었다』 『너무 양보해 손해가 아니냐』는 등 합의결과에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 참석자가 부언.
그러나 회의를 마치고 나온 참석자들은 『지도자가 역시 우리와는 다르다』 『화끈하게 양보했다』 는 등 합의내용에 대해 만족하다는 발언을 하면서도 한결같이 허탈해하는 표정.
김대중씨는 당초의 제안을 철회한데 대해 『가을정국도 중대한시기에 당내에 틈이 벌어지는 일이 없이 단합을 기하기 위해 취한 조치』라고 강조.
김씨는 「임기1년 안」 은 제일 큰 목표가 김재광 의원의 총재경선 포기였는데 김 의원이 경선을 계속 고집하고있고 1년 안에 대한 비주류 측의 반발이 워낙 거세 당 단결에 장애를 가져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철회한 것이라고 설명.
또 비민추 측에 부총재 3명을 할애한 것에 대해선 『힘있는 쪽이 양보해야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고 『신민당이 민주화투쟁을 위한 체제구축이 되면 당내문제에 깊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
○…두 김씨의 갑작스런 후퇴는 그들의 명분이 상당수 대의원들로부터 거부반응을 받고있어 강행할 경우 권위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되는 데다 당의 단합이 흔들리기 때문이라는 중론.
두 김씨가 동교· 상도동을 중심으로 당의 실세를 양분하겠다는 구상은 초기단계에 양측계파의 골수분자들에게서는 환영을 받았지만 비민추 측이 직접 대의원을 상대로 설득을 강화하고 나서자 상대적으로 쇠퇴하는 기미가 역력했다. 이를테면 힘센 사람이 힘만큼 많은 떡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항상 약자적 입장에서 민주화투쟁을 해온 두 김씨의 존재논리를 밑바탕부터 흔들 뿐만 아니라 두 김씨 간의 일시적 연합이 결코 본질적인 제휴로 굳어질 수 없는 취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김씨를 지지하는 것과는 달리 막상 동교· 상도동이 합동으로 지방조직을 점검한 결과 상당히 비관적인 자체분석이 나왔다는 얘기도 들린다.
두 김씨가 지방대의원들에게 이 총재 지지를 서약하라고 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큰 반발을 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민추와 군소계파의 총재· 부총재후보들이 지방을 돌며 두 김씨의 비민주적 처사를 공격했을 때 의외로 대의원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이기택 부총재는 만약 두 김씨가 그들의 당헌개정안을 그대로 두고 전당대회를 한다면 승률은 50대50정도라고 말했고, 이철승씨는 두 김씨 간의 협력의 취약점을 교묘히 포착, 두 김씨가 사욕과 교쟁으로 당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총재임기를 2년에서 1년으로 바꾸라는 것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민우 총재 지지를 선언한 김대중씨가 견제의 장치를 갖는다는 차원에서 제기된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야당의 오랜 관행과 전통에비추어 볼 때 1년에 한번씩 전당대회를 한다는 것은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다음 전당대회를 준비해야하는 등 당력낭비가 막대하기 때문에 자체내에서도 많은 비판을 낳았다.
이런 당내의 복합적인 사정에 밀린 데다 개헌투쟁이라는 목표와 현재의 시국을 감안, 당의 단합에 최우선의 가치를 부여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 이날의 양보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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