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시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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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생명의 흙 잉태설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국립항공우주국(NASA)의 아메스센터에서 4일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한 과학자들이 거듭 그걸 주장한 때문이다.
흙은 에너지를 보전하고 전달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데 착안한 것이다.
흙은 무기물질을 한층 복잡한 분자로 변화시키는 화학공장 역할을 함으로써 최초의 생명체를 만들어 냈다는 것. 그건 지금부터 40억년 전의 일이었다는 얘기다.
『생명은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간다』 는 동양적 사고를 생각케 한다.
기독교의 성서 창세기는 하느님이『사람을 흙으로 빚어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의 세계에서 생명의기원에 대한 설명은「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발생설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질 속에 신비적 활력이 존재할때 물질로부터 생명체가 생겨난다는 생각이다. 진흙 속에서 곤충이 저절로 생겨났다는 것.
19세기 생화학자 「파스퇴르」의 실험이 있기까지 자연발생설이 2천년 이상 믿어져 온것 자체가 신비로운 일이었다.
오늘에 와선 지구상의 시초생물은 무기적 환경 속에서 화학 에너지에의해 세포물질을 합성하는 생물이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무기물에서 생명체가 발생한 것이라는 혁명적인 생각은 소련의 생물학자 「오파린」 이 최초였다.
1923년 그는 『지구상 생명의 기원』이란 저서에서 유기화합물들이 수소와 같은 환원성 물질로 가득차 있던 당시의 지구 대기에서 햇빛과 번개와 화산의 고온 영향을 받아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52년 미국의 「밀러」와 「유리」가 원시 대기의 모델에 전기적 에너지를 주어 아미노산을 합성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증명되였다.
더우기 53년 「워트슨」과「크리크」가DNA의 구조를 발표하고 자기증식설을 설명하면서 더 큰 힘을 얻었다.
생물체들이 오랜 옛날의 고향인 바다의묘지를 그들 몸안에 간직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원형질은 바닷물 같은 액체가 담긴 반액체로 되어 있으며 고등동물도 거의 물로 이루어져 있다.
「오파린」의 생물해양생성설은 그점에서 흥미가 있다. 그러나 이에 도전한 미국학자들의 흙 잉태설도 만만치는 않다.
흙은 여전히 인간에게 무한한 신비로 남아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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