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형의 음악이 있는 아침] 베토벤의 고독과 열정, 자작 주제에 의한 변주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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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변주곡 하면 ‘디아벨리 변주곡’이나 ‘에로이카’ 변주곡이 생각납니다.

그와 더불어 사랑받는 변주곡이 이 ‘자작 주제에 의한 변주곡’ WoO.80입니다.
이 작품은 베토벤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샤콘느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샤콘느’는 춤곡입니다. 열정적이고 도발적인 3박자 춤곡으로 1600년경 스페인에 나타났습니다.

하나의 선율패턴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화성과 대위법으로 새로운 진행을 모색하는 일종의 변주곡이죠.

바로크 시대에 사랑받았던 음악 양식입니다. 바흐는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중 5악장을 ‘샤콘느’로 썼습니다.

베토벤의 이 작품은 비탈리의 ‘샤콘느’나 바흐/부조니 ‘샤콘느’ 이상의 처절함을 보여줍니다.
잠시 평온을 되찾으며 진공 상태의 투명함이 비치기도 합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처럼 열정이 태산처럼 밀려옵니다.

글렌 굴드의 연주에서는 베토벤이 느꼈을 고독이 가슴 먹먹하게 다가옵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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