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환 쌓기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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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지금보다 높이라는 미국 등의 압력을 무마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의 해외투자를 유도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고려 중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일 보도했다.

최근 달러 가치가 유로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와 페그제로 연동돼 있는 위안화 가치를 높이라는 압력이 높아져 왔다.

중국의 국제수지 흑자가 지난해 7백5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위안화가 저평가돼 있다는 게 무역 상대국들의 불만이다. 중국이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통해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함으로써 중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외환보유액 줄이기에 적극 나섰다. 이를 위해 중국 기업들이 벌어들인 외화를 더 많이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금까지는 통화를 늘려서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 기업들에 외화 수입의 대부분을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넘기고 이를 위안화로 바꾸도록 해왔다.

그 결과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월 말 3천1백60억달러에서 6월 말 현재 3천4백억달러로 늘었으며, 중국내 통화가 너무 많이 풀려 내수에 거품을 일으킬 우려까지 제기될 지경에 이르렀다. 외국에서 돈이 너무 많이 들어오다 보니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수단도 예전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 중국 기업과 일반인에 대한 외화매입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또 중국 기업의 해외 채권 투자를 처음으로 허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의 해외 채권 매수가 허용될 경우 중국의 외환보유액 증가가 억제되고, 과열 국면에 들어선 통화 공급도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위안화 가치 절상 압력도 누그러질 것으로 중국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994년부터 관리 변동환율제를 도입해 사실상 고정환율제로 운용하기 시작했으며 97년 이후 위안화 가치를 달러당 8.3위안 내외로 묶어 놓고 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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