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대신 드론 날리고…11, 12일 연차 내면 9일간 연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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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양동에 사는 직장인 김성호(30)씨는 오는 6일부터 14일까지 총 9일을 설 연휴로 쉰다. 법정 연휴(6~10일) 뒤인 11, 12일에 미리 연차를 냈다.

차례 지내고 여행 떠나는 D턴족
국내·국제선 연휴 예약률 90%
10일 인천공항 18만명 역대 최다
불황 여파 정육 대신 수산물 선물
드론 인기, 작년보다 판매량 4배

6~8일엔 경기도 용인 부모님 댁에 간다. 조카들 선물로 5만원대 장난감 드론(Drone·무인기)을 마련했다. 집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연 대신 드론을 함께 날릴 생각이다.

설 당일 오후에는 강원도 정선으로 1박2일 가족여행을 간다. 여행이 끝나면 서울로 돌아와 여자친구와 쇼핑을 하고, 연휴 피로를 푸는 차원에서 마사지도 받을 계획이다.

올 설 연휴엔 김씨처럼 최장 9일간 연휴를 즐기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틀치 연차를 내면 최대 9일짜리 연휴를 즐길 수 있다는 뜻에서 ‘나인 홀(홀리데이)’이라 불리기도 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안솔(26·여)씨도 “‘나인 홀 연휴’에 연차를 이틀 더 붙여 후배와 총 11일간 동유럽여행을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향에서 간단히 차례만 지낸 뒤 여행지로 향하는 ‘D턴족’도 늘어날 전망이다. D턴은 고향에 갔다가 다른 곳에 들러 돌아오는 이동 경로의 모양이 영어 철자 D와 유사해 생긴 말이다.

직장인 이환철(31)씨는 서울의 큰아버지 댁에서 설을 쇤 뒤 곧바로 아내와 강원도 춘천으로 여행을 가는 ‘D턴 연휴’를 계획 중이다.

남궁성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은 “명절 연휴가 길수록 D턴족이 늘어난다. 고향을 다녀오는 길에 여행지 한두 곳에 들르는 게 요즘 명절의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나인 홀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5~7일 사이 국내·국제선 평균 예약률은 90%를 넘어섰다. 공항에는 비상이 걸렸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1일 공항 이용객 예측치가 18만3919명으로 개항(2001년) 이래 하루 이용객 역대 최다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연휴에 근무를 자처한 ‘나홀로 워킹족’도 있다. 서울 혜화동 카페에서 일하는 대학생 박모(20·여)씨는 설 당일인 8일만 빼고 연휴 내내 근무한다. 박씨는 “요즘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도 힘든데 설에 쉰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아 근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계획 중인 중장년층도 많다. 알바천국이 지난 21일 만 19세 이상 남녀 126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50대의 74%가, 40대의 52%가 “설 연휴 때 아르바이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설 선물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경기침체 탓인지 정육 대신 수산물을 선물하려는 손님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드론 판매 증가가 눈에 띈다. 5만~6만원 중저가대 제품이 많이 팔리고 있다. 인터파크의 지난달 ‘드론’ 판매량은 지난해 1월에 비해 약 4배로 불어났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이번 설에는 연 대신 드론이 곳곳에서 날아다니는 이색 풍경이 전국에서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채승기·조한대·백수진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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