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돈·휴식의 황금비율 탐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49호 32면

저자: 김진선 출판사: 슬로비 가격: 1만5000원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청년은 청년대로, 중년은 중년대로 앞날이 갑갑하다. 백수는 백수대로, 사장은 사장대로, 월급쟁이는 또 그들대로 고민이 한가득이다. 우리는 왜 항상 바쁘고 항상 힘든 것일까.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잘 살 수 있는 것일까.


10여 년간 사회단체와 대기업에서 일하던 저자의 고민도 다르지 않았다. ‘현재를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 저자는 일과 돈과 휴식의 ‘황금비율’에 대해 고민과 고찰을 거듭했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둔 뒤 2년에 걸쳐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실험을 해온 사람들’을 만났다. 퇴근 후 인문 공부를 하고 공익 콘텐트를 발굴하는 일을 해오면서 지켜보고 만나게 된 사람들이 관찰 대상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새로운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만들고 있는 삶의 단면을 꼼꼼하게 분석한 현장 리포트다.


자신이 만난 8개 팀을 각각 한마디로 설명한 수식어는 곧 이 책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십 년 후에 뭐 하고 살까’ ‘애쓰지 않는 삶이 좋다’ ‘가치가 사업이 될까’ ‘관계가 일을 만든다’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만’ ‘공부가 밥이 될까’ ‘돈을 좇되 돈만 좇지 않는다’ ‘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몰라’는 듣기만 해도 솔깃하다.


글은 회사 생활에 대한 회의를 공부와 요가로 풀어보려고 한 저자의 4년 전의 체험기로 시작한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분’을 위한 사주명리학 기초 강좌를 들으며 ‘내 삶을 바꾸는 공부’의 맛을 터득한 저자는 그곳에서 공부로 먹고살겠다며 공동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삶에 주목했다.


“잘 산다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상이 없어요. 그게 가장 큰 문제죠.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총체적 무지에 빠진 게 아닐까요? 삶의 출구를 찾으려고 공부하는 것 같아요. 산다는 건 뭘까, 생명이란 뭘까에 대한 이치를 알아야 어떻게 살아갈지 길이 보일 텐데 말이죠. 대체로 학교 공부라는 게 삶과는 별개의 지식이었잖아요. 질문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수동적인 공부였죠. 그런 공부 방식에 길들여지다 보니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삶과 괴리감이 생기는 거에요. 내 삶의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공부가 무슨 소용 있을까요. 그러니 공부하라고 하면 대부분 머리 아프다고 호소하는 거죠.”(31쪽)


자신의 일과 살림살이 내역을 서로 공개하며 자립 모델을 함께 만드는 ‘남산강학원+감이당’의 ‘나는 백수다’팀, “몇 쇄 찍을 수 있는데”라고 묻는 회사의 질문은 뒤로 하고 정말 해보고 싶은 기획을 전자책으로 선보이고 있는 출판인들의 모임 ‘롤링다이스’, 재미있는 일을 밥벌이로 만드는 ‘십년후연구소’의 좌충우돌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공동체 형식으로 모인 이들의 실험이 항상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먹고사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는 데서 미처 생각지 못한 문제가 튀어나오고 서로 의견이 다를 때 의사 결정 문제로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이러면 서로 잘 되겠지 하는 생각에 만들어본 시스템은 현실의 공고함에 여지없이 깨어지기 일쑤다.


그래도 이들은 멈추지 않는다. 유기농 면과 무표백 원단이라는 친환경 소재 사용의 기본 원칙을 고수하며 6년째 버티고 있는 ‘오르그닷’과 열효율이 뛰어난 에너지 텐트를 만들어 소외된 빈곤층에게 훈훈한 온기를 전하는 ‘바이맘’의 도전기에서는 어떤 숭고함마져 느껴진다.


‘우정을 중시하고’ ‘함께라는 가치를 추구하며’ ‘적게 벌고 적게 쓰는 검소한 생활방식’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 지금 우리 사회를 아주 조금씩 새롭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