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충돌, 여당 내 백병전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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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일 업무에 복귀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우려를 당에 충분히 전달한 만큼 당내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1일 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저질 공방을 자제하자”고 한 다음 날 당·청의 모습이다. 이틀간 여권을 뒤덮었던 권력투쟁의 구름이 걷히는 듯했다.

[뉴스분석]
당·청은 일단 불안한 휴전
김무성 “전략공천 옳지 않다”
친박 “야당도 20% 하고 있다”
김 “공천기구 외부인사 영입”
“정치 모른다” 반대론 부딪혀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 화해를 ‘종전(終戰)’으로 보지 않았다. “불안한 휴전(休戰)”이라고 입을 모았다.

 ▶“청와대는 이미 공천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제 와 말싸움만 자제한다고 본질적인 화해가 이뤄질 리 없다.”(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볼썽사나운 집안싸움을 계속할 수 없으니 일단 소강시키기로 한 것 같다. 하지만 결국은 ‘힘’과 ‘힘’이 정면충돌해야 끝날 갈등이다.”(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엷은 흙으로 덮어놓은 불씨처럼 당·청 갈등은 2일에도 순간순간 달아오른 속살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오전 ‘노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고 나오는 길에 “일단 (청와대에) 사과는 한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버럭 언성을 높였다. “내가 누구한테 사과를 하느냐”며 “전략공천은 옳지 못한 제도다. 더 이상 논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청와대도 마찬가지였다.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가 안심번호 활용 국민공천제로 파문을 일으켰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스스로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본다”고 현 상황을 규정했다. 내홍의 귀책 사유를 김 대표에게서 찾고, 그의 ‘확전 자제’ 제안을 ‘사과’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물론 김 대표 측의 한 인사는 “먼저 도발한 곳도, 지금 역풍을 맞 는 곳도 청와대인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고 정반대 시각을 드러냈다.

이러다 보니 당·청이 해법이라고 내놓은 ‘공천제도 논의를 위한 당내 특별기구’에 대한 여권 내부의 전망도 어둡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대 여당 대표의 ‘공중전’ 대신 이제부턴 특별기구 내에서 친박 대 비박의 ‘백병전’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기구는 구성부터가 난항이다. 황진하 사무총장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 기구에 중립적인 외부 인사를 넣고자 했다. 하지만 이런 구상은 “(당내 계파 간) 정치적 함수도 모르면서 (외부 인사들이) 가르치려고만 들 수 있다는 반대에 가로막혔다”(황 총장)고 한다. 특별기구의 위원장도 황 총장을 ‘김무성 사람’으로 분류하는 친박계는 부정적이다. 특별기구에서 다룰 의제에 대한 샅바싸움은 더 팽팽하다. 김 대표는 2일에도 “당헌·당규에 전략공천제는 없다”고 못 박았다. ‘계파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영남지역에서 무경선 전략공천을 요구하려는 친박계의 시도를 싹부터 자르겠다는 의도다. 반면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야당이 (전체 지역구 중) 20%를 전략공천하는데 우리도 전략·전술이 있어야 한다”면서 전략공천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사정이 이런 만큼 공천권과 당내 지분을 둘러싼 여권 내 권력 다툼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장기전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남궁욱·이은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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