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의 생사를 건 마지막 공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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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20국
[제10보 (134~154)]
白.曺薰鉉 9단| 黑.趙漢乘 6단

아무 것도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도사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한 깜깜한 허공. 바둑판의 중앙은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꿈틀꿈틀 뭔가를 창조하는 것 같지만 종종 지푸라기만 남겨주는 허망한 공간….

그런데 지금 그 공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 趙6단은 그걸 막으려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흑▲로 응수를 물은 뒤 135로 밀더니 힘에 겨운 듯 다시 장고에 빠져든다.

결국 137로 파고들었다.

曺9단은 본래 중앙을 믿지 않는 사람이다. 완벽하게 지었다고 생각해도 다시 수가 나는 중앙이 그는 싫다. 상대의 괴롭힘을 일방적으로 받아줘야 하는 것도 체질에 맞지 않는다.

137에 손을 빼고 142로 들여다보며 좌하 흑을 공략한 것도 고분고분 응수하기 싫어하는 曺9단의 심리상태를 잘 반영한다.

143은 놓쳐서는 안될 맥점이다. 이 수로 '참고도' 흑1로 그냥 이었다가는 백2도 선수가 되어 졸지에 대마 전체가 사활에 걸려든다. 曺9단은 내친김에 146으로 두점을 끊어잡았는데 이 수 역시 확실함과 맛ㆍ재미를 중시하는 그의 바둑관을 보여준다.

크기나 폭을 따진다면 이 두점보다 A 방면이 낫다. 그러나 A쪽은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미지의 땅. 확실하게 두점을 잡아두고 상대가 어떻게 파고드는지 두고 보는 것도 재미있다는 생각이다.

임선근9단은 "백이 형세가 좋기 때문에 알기 쉽게 두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말도 맞는 얘기다. 지금 흑집은 전부 65집 정도. 백은 하변과 우변이 대략 10집이고 좌변과 상변이 25집 언저리니까 중앙에 25집만 지어도 계가는 된다.

149의 깊숙한 침입은 그런 의미에서 趙6단의 최후의 승부수고 비장한 돌격이라고 봐야 한다. 曺9단이 152로 차단해 중앙의 생사를 놓고 마지막 공방전이 시작됐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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