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문연구원 학회] 과거사의 반성 외국은 어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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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과거청산-국가별 사례와 쟁점'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서울대 인문학연구원(원장 이태수) 주최로 오는 13일 서울대 엔지니어하우스 대강당에서 열린다. 특히 이번 대회는 '과거청산'에 대한 접근 방법에서 기존의 방식과 많은 차이를 보이면서 논쟁이 유발될 대목도 포함돼 주목된다.

서양의 역사와 문학을 전공한 소장 연구원들이 주요 발표자로 나서, 독일.프랑스.스페인.칠레.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자신들의 아픈 과거를 어떻게 청산해 나갔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번 학술대회는 '과거 청산'이란 단어가 풍기는 '단죄(斷罪)'의 의미를 약화시켰다. 대회 준비 책임자인 안병직(서울대 서양사) 교수는 "과거청산이란 용어 자체도 적절하지 않다"면서 "문제가 되는 역사적 시기 전체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반성과 성찰에 무게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송충기 박사는 '뉘른베르크 재판과 나치 청산'이란 발표문을 통해 "뉘른베르크 재판은 나치 지도자를 처벌함으로써 독일인들에게 교훈을 주었다기보다는 오히려 나치 범죄의 책임이 모든 독일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식을 심어주었다"고 했다. 몇몇 사람만 처벌하고 나머지는 모두 면죄부를 받았다는 지적이다.

류진현 박사의 '과거청산과 지식인-프랑스의 사례'와 김원중 박사의 '청산없는 청산:프랑코 독재에서 민주주의로'라는 글은 다소 논쟁적이다. 프랑스문학을 전공한 류박사는 "나치 강점기를 기억하는 문학작품의 특징은 부역에 대한 의도적인 망각"이라고 했다.

그리고 김박사는 '청산없는 청산'이란 논문 제목이 암시하듯 "또 다른 내전의 불행을 피하면서 이룩한 스페인의 정치적 민주화 과정은 곧 '망각'에 의한 과거청산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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