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접촉 긴장완화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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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남북적십자사를 통한 남북한의 접촉은 한반도긴강완화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주는 전기가 될뿐 아니라 동북아정세의 안정에도 도움을 줄수 있을것입니다.』
4일부터 국제관계연구소(소장 최종기)주최로 하이야트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체코슬로바키아출신 미국인교수「잔·F·트리스카」박사 (62·미스탠퍼드대)는 『그러나 한반도는 세계 강대국의 힘이 맞부닥치는 곳이므로 한반도문제는 세계정세의 흐름을 주시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트리스카」교수는 『한국이 중공이나 소련과의 관계개선을 노력하는데 있어서도 미·소·중공의 삼각관계에 의해 형성되는 국제정세의 흐름속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10년전만해도 한국이 중공·소련에 접근하려고 생각했었느냐』고 반문하고 『오는 88년의 세계올릭픽은 좋은 기회를 마련해줄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리스카」교수와 기자가 만난 자리에 동석한 폴란드출신 미국인교수 「안드레이·코르본스키」박사 (57·UCLA)는 『작년9월 소련전투기에 의한 KAL여객기 격추사건은 소련이 아시아세력임을 세상에 드러낸 것』이라며 『소련은 이제 전통적인 유럽세력의 범위를 벗어나 아시아세력으로도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코르본스키」교수는 소련이 군사력증강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것은 『유럽에서는 NATO, 아시아에서는 중공, 그리고 새로 강대국으로 부상한 일본에 의해 사면초가에 빠지는것을 우려한 때문』이라고 말하고 『북한은 지금까지 소련과 중공에 대해 등거리정책을 고수해왔기때문에 이러한 정책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할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그로미코」소련외상이 미국을 방문해「레이건」행정부지도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눈데 대해,「트리스카」교수는 『매우 홍미롭다』며 『미국과 소련관계는 세계정세의 축으로서 그들의 라이벌관계는 뿌리깊기 때문에 대화를 했다고 해서 긴장관계가 쉽사리 해소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폈다.
「트리스카」교수는 이어 중공·소련관계에도 언급,『두나라 관계는 서로 이길수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며『아시아 지역에서의 두나라 이해관계는 이들로 하여금 뒤로 물러설수 없는 대결상황을 빚게 하고있다』고 단정했다.
둘다 공산권전문가인 이들 교수들은 최근의 크렘린상황에 대해 『불안하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현재 크렘린은 노련한 외교관이며 원로정치가인「그로미코」외상이 이끌어가고있는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평가하면서 「로마노프」정치국원은 『너무 젊고 강경하기 때문에 크렘린안에서 큰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다』고 했다. <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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