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신년기획중산층을되살리자] 上. 시대별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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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는 자본가에 의해 고용된 관리자와 교사.의사.변호사.예술가 등의 지식인층을 중간계급으로 지칭했다. 그는 이들이 정치적으로 기회주의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고 규정했다. 사회를 변화시킬 의지나 힘이 없어 중심세력이 될 수 없고, 대부분 프롤레타리아 계급으로 흡수된다고 봤다.

그러나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적어도 서구 국가에서 마르크스의 예언은 빗나갔다. 기술직.전문직.사무직 노동자의 숫자가 늘면서 중산층이 경제와 시민 민주주의를 이끄는 중추로 부상했다.

독일의 사회학자 셀스키는 "중산층이 중심을 이루는 사회가 바람직하고, 실제로 역사는 이런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며 중산층 중심론을 주창했다. 중산층 주도론은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이론적 바탕이 됐다.

국내 학계에서도 중산층의 정치.사회적 역할과 의미에 대해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다. 중산층이 미성숙한 1960년대엔 한국 사회에서 중산층이 형성될 수 있느냐를 놓고 논쟁이 붙었다. 중산층을 키우려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과 농어민에 대한 보호 정책이 불가피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주장과, 고속 성장으로 인한 후유증을 완화하기 위해선 중산층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중산층 논의는 80년대 말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87년 6.29 선언을 이끌어낸 민주화 시위에서 보여준 화이트칼라의 진보 성향이 중산층의 정치적 역할을 새삼 주목하게 만들었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우리나라의 중산층은 경제성장의 주역인 동시에 '넥타이부대'로 상징되는 민주화의 주력부대"라고 평가했다.

서울대 한상진 교수는 중산층이면서 사회 변혁에 적극 참여하는 이들에게 '중민(中民)'이라는 신조어를 붙이기도 했다. 87년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도시 중산층은 '민주화의 중심세력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76%로 생산직 근로자(60%)보다 높았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중산층의 정치의식은 보수로 회귀했다는 분석이 많다. 동아대 박경숙 교수는 "중산층의 자녀가 중산층으로 재생산되는 등 계층 간 이동이 줄어들면서 중산층이 보수화되는 경향을 보였다"며 "중산층의 이념 성향은 시대나 정치 상황에 따라 중도 좌파와 우파의 사이를 오가며 달라지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 특별취재팀=경제부 정경민 차장(팀장).김종윤.허귀식.김원배.김준술 기자,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정책사회부 정철근 기자, 산업부 윤창희 기자, 사건사회부 손해용 기자, 사진부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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