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 4강전 전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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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회 우승에 목마른 이창호 9단과 최철한 9단이 삼성화재배 세계오픈 준결승에 나란히 출전한다. 최근 이창호는 '천적'으로 등장한 최철한에게 뼈아픈 연패를 당했다. 이 연패는 이창호의 땅에도 노을이 깃드는가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더구나 이창호 9단은 올해 세계대회 우승이 한 번도 없다. 바로 이런 분위기이기에 이창호와 최철한이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만난다면 이 대결은 전례없는 대혈전이 될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우선 중국 강자들과의 준결승전을 넘어서야 한다. 이창호는 후야오위(胡耀宇) 8단과, 최철한은 뤄시허(羅洗河) 9단과 각각 결승 진출을 놓고 맞선다. 준결승 3번기는 13, 15, 16일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

◆ 이창호 9단 vs 후야오위 8단=후야오위는 최철한과 비슷하게 아주 질긴 기사다. 최철한보다 덜 사납지만 좀 더 두텁다. 바로 이런 스타일 때문인지 이창호에겐 유독 강하다. 현재까지 2승2패. 중국리그를 포함하면 이창호가 2승3패로 밀리고 있고, 특히 삼성화재배에선 이창호가 후야오위에게 두 번 모두 졌다. 그래서 프로들의 예상은 일단 50 대 50. 지난 10년간 어느 누구도 이창호와의 대결 전망에서 우위를 점한 기사는 없다. 50 대 50이란 말하자면 후야오위의 입장에서 최고점을 받은 것이고 그만큼 그가 강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창호 9단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과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GS칼텍스배에서 최철한에게 2대 3으로 역전당했고 곧바로 2005 한국리그에서도 최철한에게 패배했는데 바로 이점은 불안 요소다. 이창호 쪽에서 볼 때 상황은 점점 어려워지고 적수들은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창호가 세계대회 우승에 어느 때보다 집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비록 악전고투가 되겠지만 기적을 일궈온 이창호가 또 한 번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가 더 크다.

◆ 최철한 9단 vs 뤄시허 9단=엄청난 속기파인 뤄시허 9단은 제한시간이 이번부터 3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어든 것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예선전부터 7연승. 특히 8강전에서 이세돌 9단을 꺾으며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최철한 9단도 지속적인 상승세다. 현재 63승으로 60승의 조한승 8단을 3승 차로 따돌리고 선두를 달리고 있어 2005년 다승왕이 유력하다. 최근 9승1패. 이창호 9단을 연파한 것도 자신감을 갖게 한다. 상대 전적도 최철한 쪽이 2승1패로 앞서고 있어 최근의 호조를 감안할 때 최철한의 승리가 유력해 보인다. 프로들은 60 대 40으로 최철한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조심할 점이 있다. 상대의 번개 같은 속기에 자존심이 상해 덩달아 빨리 두다 보면 승부 호흡이 무너진다. '나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충고다. 최철한은 소문난 강자가 됐지만 아직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이 없다. 다섯 번이나 우승한 이세돌 9단과는 현격한 차이다. 본인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 "우승에 목마르다"고 말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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