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국회] 맹목적 취업 아닌 철학 담긴 직업 찾도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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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라고 해도 현대 사회에서는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대학은 인생을 더욱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배우는 곳이다. 그것을 위하여 적지 않은 돈도 투자하고 있다. 따라서 더 좋은 일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시간을 투자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선(善)이라는 사상과 철학이 정립되어야 하며, 사회는 이것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졸업을 앞두고 또 다시 취업철이 닥쳐왔다. 대학생들에게 취업은 목숨 걸고 쟁취해야 할 투쟁의 대상이 되었으며, 취업정보의 공개 이후 대학들의 취업률 높이기 경쟁 또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 구내에서는 차분하게 철학이나 인문학에 대한 책을 읽거나 이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장면을 목격하기가 쉽지 않다. 전공 공부 외에 거의 모든 시간은 영어나 자격증을 따는데 바쳐지고 있다.

토익점수 1점이라도 더 올리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가치 있는 자격증을 써넣기 위하여 각종 자격증 반을 기웃거리는 학생들의 모습이 오늘날 대학을 상징하는 풍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두고 사회 일각에서는 대학이 취업을 위한 정거장이 되고 있다고 걱정이다.

그런 한가한 걱정과는 별도로, 한정되어 있는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승리를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 투자는 물론 고도의 전략과 기술이 필요하게 되었다. 과거와 같은 태도로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취업면접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원하는 일자리가 요구한다면 성형도 서슴지 않게 되었다. 한가하게 문학작품이나 뒤지고 철학을 논할 만한 여유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시대가 낳은 중요한 산물이기 때문에 비판보다는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많은 젊은이들이 취업 그 자체에 맹목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개인에게는 큰 함정이 될 수 있다. 우선 취업하고 보자는 다급함 때문에 취업 후 부적응으로 직장을 떠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통계수치를 높이기 위한 각종 취업정책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심지어 취업 브로커까지 끼어 들어 취업시장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생애 단계에 있어서 성취의 기대와 즐거움이어야 할 취업과정이 젊은이들에게 고통과 후회로 얼룩지고 있는 현상은 반드시 극복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직자 개인이나 사회적으로 취업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취업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지니고 있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중요한 목표인 동시에 생존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따라서 개인적 차원에서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또한 그것은 일시적인 신드롬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생애에 있어서 삶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즉, 정부는 혁신적 차원에서 취업의 양적 확장과 질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대다수 대학생들이 취업준비에 심혈을 기울이는 집단적 현상은 과거 인문 중심의 형식적 삶의 양식으로부터 실용과 모험 중심의 현실적 삶의 양식으로의 전환이라는 이해 또한 필요하다. 많게는 100번 이상의 이력서를 제출하여 얻게되는 직장은 실제 보람있는 인생살이에 도움을 준다. 또한, 개인의 적성과 전문성 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정신적 행복도 안겨준다. 이처럼 취업은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본질적으로 기여하는 원천이기 때문에 취업과 그 과정은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중요한 문화로 정착되어야 한다.

줄기 세포, 유전자 연구 등 많은 분야에서 윤리, 도덕, 철학의 존재가 그 미등조차도 꺼져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디지털국회 김성수]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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