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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지분 재매입 논란 이젠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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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더욱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민영화 성과 분석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는 정보통신부의 입장도 추측성 논란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KT 민영화는 당시 해외 DR 발행 등을 통해 12조7000억원의 재정수입을 확보함으로써 외환위기 극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KT 자체적으로도 큰 폭의 경영효율성 향상을 가져왔다. 영업이익률도 2000년 9.2%에서 2004년 17.9%로 확대됐고 1인당 매출액도 2억2000만원에서 3억1000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또 민영화와 아울러 사외이사 과반수 확대, 집중투표제 도입 등 선진 지배구조를 들여옴으로써 국내 기업 지배구조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최근의 KT 민영화 평가 논란은 과거의 통신시장 틀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KT 지분 재매입 검토를 요구하는 이유는 이해관계자마다 다른 듯하다. 일부에서는 민영화 이후 공익성 보장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후발 사업자들은 정부의 지분 매입으로 KT의 시장지배력에 대한 비대칭 규제가 강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정통부는 기업들의 투자 유도에 한계를 느끼면서 직접적인 영향력 확대를 내심 바라는 눈치다.

향후 정보통신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통신과 방송을 포함한 미래의 정보통신 서비스 시장은 급속도로 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터넷전화(VoIP), 초고속 기반의 인터넷 TV(IP-TV)와 모바일 TV 등 통신과 방송의 융합으로 경쟁의 경계선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또한 U-시티, 홈네트워킹 등 유비쿼터스 시대가 본격화되면 산업 간 경계는 더욱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경쟁이 전방위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정부의 보호 우산도 다가올 경쟁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 공익으로 대변되는 소비자의 이익도 궁극적으로는 경쟁의 편익에 바탕을 두어야만 하는 것이다.

따라서 KT 지분 재매입 같은 소모적 논쟁보다 본질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공익성을 위해서는 농어촌 정보화와 보편적 서비스 같은 제도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투자 문제도 시장에 맡겨야 한다. 돈이 되는 사업에는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기업이 스스로 나설 것이다. 오히려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규제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더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통신사업자들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FTTH에 대한 가입자망 제공 의무를 면제하는 등 규제 완화를 확대하고 있으며, 통신.방송 융합을 촉진하기 위해 통신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일본에서는 현재 FTTH에 대한 규제가 없어 NTT를 중심으로 광가입자망 구축에 올인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초고속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투자 문제는 시장과 고객의 순리로 풀어야지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더욱이 미래가 아닌 과거에서 해법을 찾는다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 AT&T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본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