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개방 예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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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무역정책 사상 최대규모의 수입개방이 반영된 연차별 수입자유화 계획이 예시되었다. 수입개방 만큼 직접적으로 산업계의 이해가 엇갈리는 분야도 드물 뿐 아니라 국제수지, 재정을 비롯한 거시정책은 물론 민간소비와 물가 등 그 경제적 파급이 워낙 광범하기 때문에 언제나 신중하고 냉철한 판단이 앞서야한다.
따라서 수입개방과 관련된 정책의 선택에 있어서 가장 우선적으로 중시돼야할 점은 상치되는 이해관계와 다양한 견해차이를 융화시키는 조정과정이다.
그 과정이 최적의 정책효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소관 부처별 관심이니 입장에 집착하는 관료주의나 특정 산업계의 영향력 등으로부터 모두 자유로와 져야 한다.
이번의 수입자유화 예시는 이런 측면에서 과거에 비해 일보 진전된 양상을 보인 점은 크게 다행스런 일이다. 부처간 대립과 대결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협의로 이 큰 작업이 마무리된 점은 평가받을 만 하다.
총체적으로 볼 때 향후 5년간의 수입개방 계획이 미리 예시된 점은 하나의 진전이다. 이 같은 정책예시는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무역전쟁이나 보호주의와의 절충에서 협상의 중요한 무기를 잃게 되는 손실이 있다.
그러나 그런 중요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개방 계획의 예시는 국내산업계가 국제경쟁에의 노출에서 오는 충격을 흡수하고 새로운 경쟁에 대비하는 시간을 벌게 하는데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산업의 발전 과정으로 보아 국내산업은 지금 경쟁력의 정체시기에 와있는 셈이다. 저임금을 바탕으로 정부지원과 시장보호에 오랫동안 의존해온 결과 수입대체와 국내시장 확대는 쉽게 이룩했지만 한편으로는 전반적인 산업효율이 떨어지고 국제경쟁력이 쇠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80년대 이후의 수출산업이 현저하게 열화되는 경쟁력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도 이런데에 바탕이 있으며 국내시장의 독과점화도 그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수입개방의 예시제도는 이같은 경쟁력 낮은 산업이나 독과점의 지위에 안존하는 산업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의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의 국제수지 구조가 아직도 불안정하고 민간의 소비관행이 합리적으로 정착되지 않은 현실에서 일시적인 개방의 충격이 의외로 확산될 우려가 없지 않다.
따라서 수입자유화는 이같은 국내사정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하되 산업효율화와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모아 실천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본다면 아직도 충격의 흡수가 어려운 농수산 품이나 중소기업 고유업종 품목은 당분간 더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반면 수입개방의 우선 품목이라 할 독과점 품목의 개방은 당초 정부발표 만큼 실현되지 않았고 상당품목이 후반기로 미루어졌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과 같이 수입개방의 충격이 의외로 심각할 품목의 경우 관세율을 신축적으로 운용하고 여타 수입감시 장치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수입의 지역적 편중과 보호주의를 감안, 수입지역의 다변화를 촉진하는 등 견제장치를 더 개발해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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