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개선에 美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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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한·일 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 미국이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13일(현지시간) 워싱턴의 미국기업연구소(AEI) 토론회에서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며, 그렇게 해야 한다”며 ‘미국 역할론’을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가 이 문제에 개입한다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지금보다 더 나빠질 상황은 없다”고 했다. 미국이 개입해야 하는 이유로는 “불협화음을 없애는 것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방법론으로 그는 “한·일 문제는 외교나 군사적 수단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정치적으로 존경 받는 인사가 양국을 오가며 그들의 얘기를 듣고 미국의 요구사항을 전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 국방부에서 아·태 지역 안보문제를 담당했던 리처드 로리스 전 부차관보도 이에 동조했다. 그는 “강제적이고 지속적인 제3자의 개입 없이는 한·일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 나라는 바로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한·일 관계가 계속 덜컹거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은 미국 정부가 유지하던 ‘불개입 원칙’과는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에서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민족감정은 악용될 수 있으며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해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웬디 셔먼 국무부 차관의 발언이 국내에서 '한일 양비론'으로 해석돼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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