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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군민 희생으로 매듭 풀려 절호의 기회 놓쳐 안타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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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수십 년 동안 표류해 온 방폐장 문제가 풀린 것은 잘된 일입니다. 그러나 부안군민의 입장에서 볼 때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아쉬움이 너무나 커 안타깝기만 합니다."

김종규 부안군수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우리 고장에 들어서면 안 될 혐오시설'로 찍혀 극심한 대립과 갈등을 불러일으켰던 방폐장을 4개 지자체가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인 끝에 90%에 가까운 찬성률로 이끌어 가는 것을 지켜 보면서 땅을 치며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3년 7월 방폐장 유치를 신청했다가 반대파들에게 고향을 팔아먹은 '매향노'로 비난을 받았다. 9월 추석을 며칠 앞두고는 내소사에서 일부 주민에게 폭행을 당해 갈비뼈에 금이 가는가 하면, 폐가 찢기고 코뼈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고 한 달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7만여 명의 군민은 찬.반 양측으로 갈려 2년여 동안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이로 인해 주민 40여 명이 구속되고 120여 명이 불구속되는 등 사법처리를 당했으며, 또 전경과 주민 등 500여 명이 다쳤다.

"부안사태가 그렇게 꼬인 것은 정부가 스스로 한 약속을 번번이 뒤집으며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인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어요. 처음에는 단체장이 유치신청을 하도록 했다가 주민투표→의회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등 정부가 정한 규정과 절차를 번복했으며, 장관이 주민들 앞에서 현금 보상을 약속했다가 며칠 만에 이를 뒤집기도 했습니다."

특히 김 군수는 "유치 신청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 난제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줘 고맙다. 정부가 책임지고 지원할 테니 용기를 내 추진해 달라'는 전화까지 했었다"며 "책임 있는 정부라면 대통령이나 총리가 나서 극심한 고통을 겪은 주민들에게 위로의 메시지 하나쯤 전달하는 게 도리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김 군수는 "우여곡절 끝에 방폐장 매듭을 푼 것은 결국 부안 군민들이 흘린 피와 눈물 덕분"이라며 "이들의 희생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사법 처리된 주민들의 사면 복권과 피해보상, 당초 약속했던 지역개발 지원사업의 조속한 이행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주=장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