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의 걷다보면] 스페인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 - 카메라 때문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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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때문에 힘들고, 카메라가 있기에 행복하다

카미노를 걷는 이들의 배낭 무게는 8~10kg 정도다. 하루에 20km 이상 걸어야 하므로 단 100g이라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런데 내 배낭과 카메라 가방은 합쳐서 20kg에 육박했다. 게다가 그 묵직한 카메라로 매일 2000~2500장의 사진을 찍었다.

햇빛이 강해서 액정을 확인하기도 어렵고, 어깨 통증까지 생겨 움직이는 것도 자유롭지 않았지만 그래도 셔터를 눌렀다. 어떤 날은 너무나 힘들어 카메라를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걸을 수 있는 것 또한 카메라 덕분이었다.

말이 안 통해도 사진으로 소통할 수 있었고, 순례자의 순간순간을 담아주었다. 그렇긴 해도 무거운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런 내 속도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큰 카메라를 보고 손을 흔들어 인사하거나 “Good!”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우곤 했다.

짐 무게로만 따지면 나는 진정한 순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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