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과 주말을] 영혼의 실체를 찾아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스푸크(원제 Spook)

메리 로취 지음, 권 루시안 옮김, 384쪽, 1만4500원

영화 '21그램'(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투르)이 기억나시는지…. 죽음을 둘러싼 세 사람의 엇갈린 운명을 정교한 퍼즐처럼 짜맞춘 내용을 복기할 수 없더라도 '21그램'이 영혼의 무게라는 점은 생각날지 모른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멜로영화의 현대판 고전인 '사랑과 영혼'(감독 제리 주커)은 어떤가. 죽어서도 저승에 가지 못하고 살아남은 여인을 지키려고 애를 쓰는 '사부곡(思婦曲)'이란…. '역시 영화야'라고 무시할 수 있겠다.

그런데 현실은 상상을 뛰어넘는다고 했다. 실제로 영혼의 무게가 21g임을 입증하려고 노력한 사람이 있었다. 폐병환자를 상대로 '생체실험'을 했다. 임종 직전의 환자를 특수 고안한 저울에 올려놓고 사망 직전과 직후의 체중을 비교했다. 그 차이가 21g. 1901년 영국의 외과의사 던컨 맥두걸이다. 또 그를 이어 영혼의 무게를 재려는 시도가 잇따랐다. 오 마이 갓?

지금도 지구촌에선 영매가 성업 중이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소통을 중재하는 영매. 이른바 '신 들린' 그들은 일상과 예술에서 떼놓을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영어로 '유령''도깨비' 등을 뜻하는 제목의 신간은 영혼의 실체를 파고든다. 21세기 첨단과학 시대에 갑자기 웬 영혼? 하지만 과학이 만능이 아닌 게 사실. 화제작 '스티프'에서 사후의 육체를 탐구했던 저자가 영혼의 실존을 밝혀내려는 현장을 두루 훑었다. 특기 사항 하나. 절대 신비주의, 심령과학 책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과학콘서트'의 정재승(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영혼의 '동아전과'이자 '수학의 정석'이라고 평했다. 믿거나, 말거나….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