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인구주택 총조사는 왜 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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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와 주택을 모두 조사=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를 하거나 나라에 중요한 일이 있으면 방송이나 신문에서 여론조사를 하는 것을 자주 봤을 거예요. 이런 조사는 보통 일정한 지역에서 몇 천 명이나 몇 만 명의 사람을 뽑아서 조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인구주택 총조사는 전국에 있는 모든 사람과 주택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래서 그냥 조사라고 하지 않고 '총조사'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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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국적인 조사를 영어로는 센서스(census)라고 합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조사하려니 사람도 많이 필요합니다. 통계청은 이번 조사를 위해 모두 10만 명의 조사원을 채용했고 조사를 위해 1290억원을 쓸 예정입니다. 이렇게 조사해 모인 자료를 종합해 각종 통계를 모두 발표하는 데 13개월이 걸립니다. 인구주택 총조사는 많은 시간과 돈이 들기 때문에 매년 조사를 하지 못하고 5년에 한 번씩 실시합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10년에 한 번 이런 조사를 합니다.

역사적 기록으로 살펴보면 기원전 3600년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에 인구조사가 실시됐던 것으로 나타납니다. 우리나라도 삼국시대 인구조사를 한 기록이 있습니다. 고대 국가는 전쟁에 필요한 군사를 뽑고 세금을 거두기 위해 인구조사를 했어요. 그래서 성인 남자만을 조사하는 경우가 많았고 조사를 하는 시기도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 전국의 모든 인구를 조사하는 근대적인 인구총조사는 1790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하에 있던 1925년 전국 규모의 인구조사가 실시됐고 약 5년 단위로 조사가 이어졌습니다. 1960년에는 주택에 대한 조사가 포함돼 지금과 같은 '인구주택 총조사'가 됐답니다.

◆ 왜 조사하나=여러분이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됐다고 생각해 봐요. 우리 학교에 학생이 몇 명이나 있고 교실은 몇 개가 있고 이 학생들이 어떻게 학교에 오는지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만일 교실이나 실습실이 부족하다면 이를 짓도록 교육청에 요구해야 하고, 학교까지 오는 버스가 부족하다면 행정기관이나 버스회사에 버스를 늘려 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나라를 운영하는 것은 이것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세금을 거두어 필요한 곳에 써야 하고 나라를 지킬 군인도 모집해야 합니다. 이런 일들은 나라에 몇 명의 사람이 있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6~7월에는 서울 강남과 분당 등의 집값이 크게 올라 사회 문제가 됐던 적이 있어요. 정부는 8월 말에 부동산종합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이런 정책을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떤 집에 살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이것을 알지 못하면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할 수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인구 전체에서 65세 이상 노인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자꾸 높아지고 있어요. 앞으로 우리나라 인구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상하는 것도 모두 인구주택 총조사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집니다. 주민등록을 통해 인구를 파악할 수 있지만 인구주택 총조사는 조사원이 가구를 직접 방문해서 사람과 주택에 대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상을 보다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답니다.

◆ 무엇을 조사하나=올해 조사에는 이름과 성별.나이.출생지.교육 정도.주택소유 여부 등 21개 항목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를 합니다. 또 전체 인구의 10%에 대해서는 이용하는 교통수단과 직업 등 20개 항목(시도별 항목 3개 추가)을 추가로 질문하게 됩니다.

또 올해에는 인터넷 조사가 처음 실시돼요. 10월 29일부터 11월 7일까지 인구주택 총조사 홈페이지에 신청을 하면 인터넷을 통해 직접 조사에 응답할 수 있답니다. 인터넷 조사가 실시되는 것은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낮에 조사원들이 방문을 해도 제대로 만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 정확한 조사 필요=이렇게 중요하지만 조사가 쉽지 않답니다. 질문 항목이 많게는 40개가 넘고 사람에 따라서는 남에게 밝히기 싫은 질문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구주택 총조사는 우리나라 사람과 집의 현황을 알기 위해 실시되는 것이지 개인의 사생활을 파악하기 위해서 실시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확하게 답변하지 않으면 우리의 상황이 잘못 파악돼 잘못된 정책이 나올 수 있어요. 올해는 집에 장애인이 있는지를 처음으로 조사합니다. 이를 제대로 응답하지 않으면 장애인 수가 실제보다 줄어들어 장애인들을 돕기 위한 정책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없겠지요. 이런 이유 때문에 정확한 조사가 필요한 것이랍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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