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 국군포로' 한만택씨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중앙일보

입력

2004년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돌아오려다 강제 북송된 국군포로 한만택(당시 72세)씨의 유족이 국가배상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부(부장 홍동기)는 15일 한씨의 여동생 등 유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국가가 유족들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방부와 외교통상부 공무원들이 한씨를 보호해 국내로 무사히 송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결과다.

재판부는 “국방부는 한씨가 생존해 있고 중국에서 가족과 상봉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진정서를 접수하고도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외교통상부와 재외공관에 협조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씨가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다음에야 외교부 등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며 “지체없이 국내 송환에 관한 협조를 요청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구체적인 구금장소를 통보받고도 한씨를 방문 면담하지 않았고 이후 북송됐다는 사실만 통보한 책임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특히 “6ㆍ25 전쟁이라는 국가적 위난에 국가 존립을 지키기 위해 참전했다 포로의 신분이 된 사람들을 송환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며 “공무원 과실로 50년 넘게 염원했던 한씨의 귀환과 가족 상봉이 무산됐다”고 했다.

한씨는 1953년 6월 강원도 금화지구 전투에서 실종된 이후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2004년에서야 가족과 연락이 된 한씨는 12월 두만강을 넘어 탈북, 가족을 만나려다가 중국에서 체포됐다. 이후 강제 북송돼 평안남도의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됐고 2009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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