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나 후폭풍 … 부시 정책 바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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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카트리나가 미국의 정치 지형까지 바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9.11 테러를 능가하는 대재난 앞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응 능력에 한계가 분명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와 같은 진보 성향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세금감면.환경.교육 분야 등 모든 정책을 싸잡아 공격하고 있다. 한마디로 '부시는 믿을 수 없는 지도자'라는 것이다. 내년 중간선거와 불리한 여론을 의식한 공화당 의원들도 부분적으로 가세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이라크 전쟁에만 매달려 왔던 부시의 정책 기조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 번지는 책임론=미 상원 국토안보 및 정무위원회는 이번 주 카트리나 청문회를 연다. 민주당의 조셉 리버먼 상원의원은 "부시 행정부는 이번에 완전히 실패했다"며 "미흡하기 짝이 없었던 초기 대응도 이해할 수 없다"며 청문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 의원도 "수년 동안 예견된 재난에 대해 어떻게 준비해 왔는지 분명히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의원은 "9.11 테러 조사위원회처럼 초당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원회가 구성되면 적어도 1년 이상 조사 활동을 벌인다. 이 경우 부시 대통령뿐 아니라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하다. 카트리나가 차기 대권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 진화 나서는 부시 대통령=부시는 일단 정면돌파 전략을 세웠다. 그는 6일 백악관에서 각료들과 복구대책을 협의한 뒤 "뭐가 잘 됐고, 뭐가 잘못됐는지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 군인 가운데 허리케인 피해 지역 출신 방위군 일부를 귀환시키기로 결정했다. 한편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켄 멜먼 의장은 "민주당이 카트리나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는 '부시를 공격하는 건 국민적 고통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술책'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달라지는 정책 기조=뉴욕 타임스는 5일자 사설에서 "미국 내 안전을 보장할 재원이 모두 이라크로 빠져나간 것은 아닌지 국민은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전쟁에 예산을 쓰느라 정작 국민의 안전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신문은 또 "부시 행정부가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을 지속함에 따라 사회안전망이 부실해졌다"며 정책의 전환을 요구했다. 여론전문가 스티븐 컬은 "카트리나 때문에 테러와의 전쟁에 모아졌던 부시의 역량이 약화될 것"이라며 "카트리나가 미국을 움직이는 새로운 요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상원 대표 빌 프리스트 의원은 상속세를 감면하는 내용의 법안 표결을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찰스 그래슬리(공화당.아이오와) 상원의원도 부시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에 대한 전면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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