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정책」이란 거시적 안목 필요|한국 장래 이해와 직결|미·아랍국 협력이 선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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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떤 한나라의 군사력을 어떤 한나라에 파견한다는 것은 그 형태나 그 목적이 어떻든 간에 그 국가의 최대의 문제이며 특히 『국민이익』과 직결될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이유는 그 국민이 군사로 파견되기 때문이다. 레바논에 대한 한국군사의 파병이 문제된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중동』이 우리에게 있어서 무엇인가 하는 문제인 것이다.
그 첫째는 한국의 7O년대와 근대화를 지탱하여온 수입원 달러의 주종지역이었다는 점이 지적되어야한다. 앞으로 중동으로부터의 달러유입이 급격하게 감소될 때에는 한국의 경제위기로까지 몰고 을 수 있는 요인을 안고있는 지역인 것이다. 둘째로 우리 나라와 직결되는 문제는 한국산업화와 공업을 지원하여온 석유의 원천지역인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우리가 단순히 상업정책차원에서 생각할 수 없는 지금으로부터 우려의 『중동정책』 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레바논 파병』 문제를 보아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우선 이번 레바논의 한국군의 『평화유지』라는 목적에서 아랍국가로부터 파병 요청을 받았다는 것은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군사라는 것이 인정된 전재라는 점에서 아랍의 접근은 마음 든든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어떤 꾸준한 위협에서도 우리 나라를 잘 지켰다는 것과 비록 미국의 포기로 실패로 돌아갔으나, 또 그 성격은 다르나 월남 파병에서 다른 나라의 생활도 지킬 수 있다는 귀중한 월남의 경험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나 전제에 불구하고 한국군사의 레바논 파병이나 그 접근에는 많은 문제점이 가로놓여 있는 것이다. 우선 군사문제를 생각하기 전에 문제되는 것은 『레바논 문제』의 『복잡성』인 것이다. 아무리『평화유지』라는 것이 근본적이긴 하나 파병에서 군사작전은 그 기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일단 파병이 된다면 군사적이며 정치적인 『복잡한』 소용돌이 속에 말려들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해야하는 것이다.
현 「제마엘」 정부가 일부 기독 세력을 제외하고 레바논을 통치할 능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인 것이다. 『복잡성』은 레바논 내부의 종교적 파벌성은 타협이 없다는 점에서나 혹은 레바논과 아랍주변 세력의 복잡성인 것이다. 우리가 이 소용돌이에 말려들 경우 솔직이 이를 소화할 만큼 군사적·외교적 능력이 없음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부득이 『치안』을 위해서나 『방어』를 위해서 발포할 경우도 있다고 볼 때 그 어떤 『보장』이 없이는 파병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보장은 그 하나가 오늘날 중동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보장』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과의 긴밀한 『동맹적』 협력 없이 모든 문제에서 불가하기 때문이다. 둘째 『아랍연맹』으로부터, 관련국으로부터 『파병』과 특히 『철수』에 대한 가능한 한의 보장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보장』과 『협력』의 내용은 물론 재정으로부터 군사적이며 외교적 약속들을 말하는 것이다. 특히 외교적 보장과 협력에서 차제에 아랍권으로부터 한국의 유엔가입에 대한 외교적 지원과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상당한 보장 없이는 결코 파병에 응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상의 정치적인 보장이 가능하다는 전재라면 파병의 형식은 『강화된 연대』 수준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강화된』 연대라 함은 우리의 각종 장비를 충분히 하고 특히 장갑차 등 현지 지형적 조건이나 『치안』에 필요한 비전투적 장비를 강화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또한 작전배치지역은 협상조건에서 중요하다. 우리가 PLO나 시리아 혹은 이스라엘과의 분쟁지역에서 이들과 대치하고 말려들 책임과 필요가 없기 때문인 것이다. 특히 『베카계곡』과 트리폴리는 피해야한다고 본다. 이 지역은 PLO와 시리아가 직접 대치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파병에는 『고도의 군사편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장군과 병사 하나 하나가 병사요, 외교관이요, 평화라는 임무를 수행할만한 편제여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강력한 『군사고문단』이 군사조직 못지 않게 편제되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군사적 파병이며 때로는 방어적 전투가 가능할 수 있으나 실질상 싸우러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 실제 파병한다면 그 결과와 전망은 중동정책이라는 관점과 큰 시야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이유는 『중동문제』는 적어도 80년대와 90년대 초반에 걸칠 계속될 『세계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닥쳐을 경제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중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파병한다면 이는 단순 레바논에 대한 파병이 아니라 중동에 대한 파병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동문제는 세계 위기로 연결되어갈 문제인 것이다.
경제이외의 중동에 대한 군사적 진출인 것이다. 우리의 공업력을 신장해야 한다는 명제와 이익이 있는 이상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세계문제』인 것이다. 미국이라는 『동맹』과 함께 중동이라는 서방 산업국가의 공업원인 석유지대의 평화에 기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동맹국 미국에 바라는 것은 월남전처럼 끝에서 『도망』하지는 말아 달라는 것이다. 현재 중동문제에 동분서주하는 「하비브」처럼 자기 허벅지 살을 떼어 심장수술을 하고도 끈질긴 『동맹』이어야 한다는 동맹으로서의 보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끝으로 이번 레바논 문제를 계기로 국내 정치를 위해서도 충분한 논의와 여론의 수렴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민의 동의』하에서만이 파병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국내적인 합의와 동의 없이는 중동정책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파병 『결정』이전에 충분한 자료를 깊이 수집할 『조사사절단』을 하루 빨리 구성하여 파견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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