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식 수술받고 중태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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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작은 거인』 이란 애칭을 갖고있는 프로복싱 전WBA 플라이급챔피언 김봉식(25) 이 논타이틀전에서 뇌를 다쳐 긴급 수술 끝에 6일새벽1시쯤 의식은 회복했으나 아직도 중태에 빠져있다.
김철호 (WBC 슈퍼플라이급챔피언)와 함께 국내프로복서중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있는 김태식의 뇌부상은 지난5월 국내링에서 필리핀의「안디·발라바」 가 숨진이래 4개월만에 일어난 불상사여서 더욱 총격파가 크다.
더구나 이와같은 불상사가 매니저및 프로모터등 선수를 부려먹는 관계자들의 과욕으로 벌어진 것이어서 프로복싱계의 선수관리에 큰 경종을 울려주고있다.
금은 4일 저녁 대구경북실내체육관에서 WBC플라이급10위인 「로베르토·라미레스」 (멕시코)와 10회 논타이틀전을 벌여 시종 안면애 무수한 편치를 허용하며 몰렸으나 의외에도 판정승을 거뒀다.
이 대전의 주최자는 극동프로모션. 극동측은 오는10월16일 서울로 WBC플라이급챔피언인 「산토스·라시아르」(아르헨티나)를 불러들여 김과 세계타이틀매치를 계획중이었다. 그리나 김은 .8월랭킹에 올라있지 않아 「라미레스」 를 꼭 이겨야만 랭킹10위안에 진입, 세계타이틀매치가 이뤄지게 되어있었다.
따라서 이날 논타이틀전은 오른손이 부상인데도 무리하게 만들어졌고 또 이겨야만 한다는 욕심으로 엉뚱한 판정까지 나오게 했던 것이다.
엉터리 판징승을 거둔 김은 경기후 구토증세를 일으켜 이날밤 9시10분쯤 계명의대 부속병원에 급히 옮겨졌다. 진찰결과 급성뇌경막 하혈종으로 진단, 5일새벽 0시10분부터 5시간에 걸쳐 뇌수술을 받았다.
김은 입원30시간만인 6일새벽1시쯤부터 의식을 되찾아『배가고프다, 콜라가 먹고싶다』 며 말을 하기시작, 일단 생명은 건진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뇌수술을 집도한 김인홍신경외과과장은 『김선수는 상대선수의 주먹을 머리에 너무 맞아 뇌막조직에 약간의 손상을 입어정맥출혈이 심한 상태다. 완전한 회복은 2∼3일 지나야 알겠으며 수술상태가 좋아 생명은 건질수 있을 것 같으나 완쾌후에도 선수생활은 할수 없을것 같다』 고 밝혔다.
현재 병실에는 5일 새벽 서울에서 콜택시로 달려온 아버지 김수형씨(67)만이 김선수를 지켜보고있다.
김태식은 한때 세계챔피언이란 영광의 자리도 차지했었으나 불운한 복서다.
그동안 자신을 들봐주던 김상기 후원회장의 자살후 방황 끝에 극동프로모션으로 옮겨 재기를 꿈꿔왔다.
김상기씨의 죽음과 함께 맡겨놓은 7천만원을 회수 못해 한때 낙심했었으나 지난7월 5천만원을 돌려받고 2천만원은 김씨아이들의 장학금으로 내놓기도했다.
구두닦이 재건대원을 거친 『헝그리 복서』 김태식은 지난 80년2월17일 장충체육관에서 「루이스·이바라」(파나마) 를 통쾌한 2회KO로 제압, WBA플라이급챔피언을 차지하면서 『작은 거인』 이란 닉네임을 얻고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이해 6월 필리핀의「아르넬·아로살」과의 l차방어전에서 턱뼈를 다쳐 1개월간 입원을 하기도했다. 80년12월 로스앤젤레스에서 「마테블러」(남아연방)에게 타이틀을 빼앗긴뒤 지난해 8월30일 장충체육관에서 WBC플라이급챔피언「아벨라르」(멕시코) 에 도전, 다시 왕좌를 노렸으나 2회 참담한 KO패로 좌절하고 말았다.
김은 복서가 되기전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다쳐 복서생활중 줄곧 불리한 여건을 안고 링에 올라야했으며 불상사를 빚은 이번 논타이틀전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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