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합승금지 보완책 선행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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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말썽많은 택시합승이 9월18일부터 전면 금지된다.
서울시는 당초 9월1일부터 합승을 금지시키기로 했으나 택시업주측이 이에 대한 개몽 등 준비기간을 요청, 시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실시가 연기됐다.
개정된 운수사업법과 도로교통법 시행령에는 택시합승을 하다 한번만 적발되면 차주에게 10만원, 운전사에게 3만원 등 13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운전사에게 10일간 운전정지처분을 하며 과징금을 내지 않을 경우 차량에 10일간 영업정지처분을 내리는 등 벌칙이 무겁게 돼있다.
현재와 같은 교통여건 속에서 택시합승단속은 과연 가능할까.
합승금지는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나 이의 실시 전에 택시인구를 대중교통수단으로 흡수할 수 있는 입체적인 종합교통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또 합승금지로 수입이 감소된 운전사들에게 월급제를 실시하기 위해 택시업체를 기업화해야 하는 등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서울시의 하루 교통인구는 1천4백62만명. 이중 러시아워(상오6시30분∼9시30분)의 교통인구는 35%인 4백95만명으로 서울시인구 8백63만명의 절반이상이 아침3시간에 움직이는 셈이다.
러시아워의 교통인구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수송능력은 ▲버스3백49만명(70%, 1대에 1백20명을 태울 경우) ▲택시69만명(14%) ▲지하철27만명(6%) ▲자가용·통근버스49만명 (10%). 이는 서울시측의 주장일 뿐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시내버스가 정원80명을 지킬 경우 1백만여명이 차를 탈수 없고 합승인구 6만명을 제외하면 1백만명을 훨씬 넘는 인구가 제시간에 출근을 못한다.
서울시는 합승을 금지하는 대신 합승인구를 수송하기 위해 회사택시부제를 10부제에서 15부제로 완화하고 개인택시 1천1백대를 증차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교통체증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우려가 크다.
서울시의 도로율은 15·8%로 파리의 25%, 워싱턴의 43%, 싱가포르 20%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더구나 서울시는 이같은 산술적 도료율에 비해 교통체증이 훨씬 심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첫째는 서울시내 곳곳을 파헤친 지하철공사 때문이다, 둘째는 넓은 간선도로의 차량을 물 흐르듯 흡수해주는 이면도로가 부족하는 등 도로정비가 잘 안돼 있기 때문.
택시합승 금지를 위해서는 수입이 줄게되는 운전사의 고정월급제실시를 서둘러야하고 이를 위해 택시업체의 영세성을 탈피, 기업화를 촉진해야 하는 등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종합대책을 세워야한다. 합승금지조치가 발표되자 전국 자동차노조 서울택시협의회는 합승금지로 하루 8천∼1만원의 수입이 줄게됐다며 월급제실시를 촉구했다.
서울시내 택시의 월급제실시는 그동안 노·사간에 10여 차례의 회합을 가졌으나 노조측이 제시한 37만5천원(상여금포함)과 사용자측이 내세운 24만5천원간에 격차가 커 타결이 잘 안되고 있는 실정. 교통당국은 러시아워에 변두리주택가에서 하는 합승도 단속경찰의 부족으로 사실상 어렵다고 인정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지속적인 단속도 문제다.
한국과학기술원 신부용 교통그룹실장은 택시합승금지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간선도로의 차량을 흡수시켜주는 지선도로의 개발을 서둘러 보틀네크(병목)현상을 막고 지나치게 좌회전금지가 많은 도로여건개선, 신호등·주차장의 정비로 시내에서 차량이 필요이상으로 주행을 함으로써 교통체증의 요인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워의 택시합승인구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을 정해 택시합승을 허용하고 합승금액을 제도화하는 등의 보완책도 제시되고 있다. <김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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