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시대, 위험자산으로 갈아탈수 밖에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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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신요환 부사장

펀드는 운용사 만큼이나 판매사의 안목도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펀드라도 은행·증권사·보험사 창구에서 추천상품으로 올리지 않으면 사장되기 일쑤다. 신영증권은 지난해 국내주식형 펀드를 1000억원 이상 판매한 회사 가운데 수익률 1위(9.41%)를 했다. 그만큼 좋은 펀드를 골라 투자자에게 추천했다는 뜻이다. 비결이 뭘까. 신요환 신영증권 부사장을 11일 만나 물었다.

 - 판매한 펀드가 유독 수익률이 높은 이유가 있나.

 “2003년 자산관리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해왔던 게 중위험·중수익, 장기 가치투자다. 그러려면 한 두 개 상품만 팔아선 안 된다. 자산을 분산해 ‘대박’은 아니더라도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그래서 PB 여러 명을 묶어 팀 체제로 바꾸고 전문분야를 갖게 했다. 포트폴리오를 짤 때 주식·채권·파생상품·세무 등 전문분야가 다양한 PB들이 모여 함께 회의를 하고 상품을 고른다.”

 - 신영증권은 가치투자 스타일을 고수하는 걸로 유명하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가치투자는 남들보다 잘한다. 우리가 판 상품 중에 높은 수익을 낸 게 신영 마라톤·신영 밸류고배당 펀드다. 4~5년 전만 해도 수익률이 낮아서 욕 많이 먹었다. 그때마다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기다려서 지금 빛을 보는 거다. 가치투자는 ‘고장난 시계’다. 고장으로 멈춘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시간을 맞추듯이 주식을 사놓고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거다. 말이 쉽지 실제로 해보면 쉽지 않다. 된장찌개는 누구나 끓일 수 있지만 정말 잘 끓이는 집은 드물다.”

 - 저금리 시대다. 금리는 계속 떨어지는데 막상 사람들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는다.

 “옛날에는 은행에 5억원을 넣어두면 노후준비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은행 예금금리가 연 2%가 안 되는 상황에선 불가능하다. 세금 떼고 물가상승률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가 난다. 어쩔 수 없이 무위험 자산에서 위험 자산으로 갈아타야 한다. 하지만 개인들은 리스크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법을 잘 모른다. 그런 면에서는 증권사가 전문성이 있다. 게다가 주식 매매차익은 모든 금융소득 중에서 유일하게 세금을 안 내도 된다.”

 - 하지만 증권사를 못 믿는 사람이 많다.

 “과거의 잘못 때문이다. 예전 ‘공중 5회전(잦은 매매를 유도해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이나 2000년대 후반 중국 펀드 열풍 등으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면서 증권사에 대한 불신이 있다. 바둑으로 치면 곤마(困馬·살리기 힘든 돌)의 처지다. 남의 돈을 운용하려면 자동차·냉장고 살 때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고민해야 한다. 엄중한 직업윤리도 필요하다.”

 - 세금 문제도 중요한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부자가 아니어도 과세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 10% 수익률을 주는 주가연계증권(ELS)에 5000만원을 넣었다고 해보자. 만약 조기상환에 실패하고 3년 만에 만기상환이 되면 수익 1500만원이 한꺼번에 들어온다. 여기에 다른 이자소득이 좀 더 있다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증권사가 단순히 상품만 파는 게 아니라 세금이나 증여처럼 손님이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조언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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