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아 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이번 희곡을 쓰면서 무대 위의 그림이 황황히 떠올라 괴로 왔다.
작품의 터무니없는 생략은 많아지고, 머리통만 크게 자라는 것 같기도 하고, 정체 없는 것으로 밤마다 불을 밝히는 게 아닌 가도 싶고….
그러나 당선 소식과 함께 편안한 마음이 든다.
써도 될까…하는 위안도 생기는 것 같다. 아무든 좋은 희곡 쓰는 것이 큰바람이니 편안하게, 정직하게, 연극을 위해서라는 거창한 명분이라도 세우며 계속 써야겠다.
아버지 얼굴이 떠오른다.
거의 50년을 서울서 사신 아버지는 평소엔 표준말을 쓰시다 가도 고향친지들을 만나게 되면 그 순간부터 완전한 경상북도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내는 상주에서 빈 몸으로 왔다. 내 혼자 자전거 타고 서울을 들어선 기라. 빈 몸으로 와서 터를 잡았지.』아버지의 용감한 서울상경처럼, 뒤늦게 시작한 쓰는 일에 나도 자랑스레 터를 굳혔으면….
그래, 허물없는 고향사람처럼 무대와 어우러져 허허댔으면!
꼬마 돌봐 주신 할머니께도 고마운 마음 전해 드려야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