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권의 여유] 우리부부는 정말 말이 안통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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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어느 날 무슨 얘기 끝에 아내가 그러더군요.

"다시 태어나도 당신하고 결혼할 거야."

당연히 으쓱했지요. 속으로 '난 역시 만점 남편이야'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아내가 곧이어 찬물을 좍 끼얹었습니다.

"다른 여자가 당신과 살게 하면 그 여자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아. 내가 떠맡아야지."

그렇습니다. 많은 남편들이 착각을 합니다. 실제 부부 간의 행복도에 관해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주라면 보통 남편이 아내보다 3~4점 높은 점수를 쓴다는 통계도 있답니다. 착각은 자유라니 그렇게 해서 탈없이 지낸다면 그것도 괜찮긴 합니다. 하지만 고름이 살이 되는 건 아니란 속담도 있죠. 꾹 참고 견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다시 태어나도 결혼하고 싶은 사람 되는 법' (베텔스만)은 부부간의 문제를 그때그때 말로 푸는 법을 설명한 책입니다. 27년 경력의 소방대장이 쓴 것으로 원제는 '대화법 불지피기'이니 국내판 책 제목은 실은 출판사의 장삿속이 작용한 것이긴 합니다. 그래도 넘어가 줄 만합니다. 전문의나 종교인의 '말씀'이 아닌, 체험적 이야기여서 꽤 설득력이 있거든요.

'러브 뱅크'를 만들랍니다. 역시 부부 간 문제를 겪던 지은이는 아내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아내는 다섯 가지를 꼽았는데 그중 한 가지만 그가 짐작했던 것이고 나머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이었답니다. 어쨌든 지은이는 그 다섯 가지를 기회 있을 때마다 실천하며 '러브 뱅크'의 아내 계좌에 저축을 합니다. 그랬더니 원금도 축나지 않고 세금도 안 내면서 이자(?)가 꼬박꼬박 지급되더라는 거죠. 아내보다 자신이 더 혜택을 받았다고 고백합니다.

이 책은 이런 부부 커뮤니케이션 방법 45가지를 소개합니다. 배우자 마음을 한 번 상하게 하고 다섯 번 '예쁜 짓'을 하는 식이면 백년해로가 가능하다는 '5 대 1 원칙' 등이 눈에 띕니다. 물론 남편뿐 아니라 아내에게도 유용한 방법들이지요.

그런데 이런 책을 함께 보고 실천할 부부라면 이미 문제의 싹이 없는 사이일 거란 생각이 들긴 합니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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