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 살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마피아들이나 하는 일이다. 미국논픽션작가 「피터· 마스」의 『발라치 보고서』에 바로 그런 얘기가 나온다.
1951년10월4일 뉴저지의 어느 레스토랑에서 「월리·모레티」라는 사람이 총격을 받고 숨졌다. 마피아의 한 파벌을 이끄는 두목이었다.
가공할 일은 그것이 마피아의 어느 파벌에 의한 청부살인이라는 사실이다. 파벌끼리의 범죄구역분쟁에서 상대세력을 제거하는 살인행위를 공개입찰에까지 붙였었다.
범죄조직에선 살인을 엄연한 사업의 하나로 생각한다.
「J·F·케네디」대통령의 동생 「로버트·케네디」의 유명한 저서가 있다. 『내부의 적』(디·에너미·위딘). 상원의원시절 노동분야의 한 특별조사위 수석고문으로 활약하며 겪은 일들을 역시 보고서 형식으로 펴냈다.
「로버트·케네디」는 이때의 용기와 명성으로 후일 그의 형에 의해 법무장관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 보고기에 따르면 1950년대만 해도 미국의 각종 노조들은 공공연히 살인청부업자들을 고용해 이른바 분쟁해결사로 이용했었다. 특히 뉴욕은 그들의 좋은 무대가 되었다.
이들은 기업사이의 경쟁에도 파고들어 상대를 위협하고 방화하고, 살인하는 것을 분주한「사업」으로 추진했다.
「R·케네디」자신도 그때 벌써 암살 당할 뻔한 일이 있었다. 마피아의 일단을 이끌던, 그 악명 높은 「로런스· 갈로」의 동생「조이·갈로」가 누구를 시켜 총부리를 댄 것이다. 그는 뉴욕의 지하세계에선 알아주는 살인청부업자였다. 마침「R·케네디」는 이들 일당의 범죄에 관한 청문회를 하고 있었다.
운 좋게 살았지만 그 살벌한 분위기는 짐작이 된다.
미국의 조직범죄에 대해「로버트·케네디」의 결론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아직도 25년전에 사용했던 무기로 「알· 카포네」와 싸우려하고 있다.』
조직적인 범죄집단의 범행수법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그러나 무대는 어느새 서울로 회전되어, 미국에서나 볼 수 있던 일들이 우리주변에서 엄연한 현실로 벌어졌다.
그 동안 사회적인 물의와 의문이 잇달았던 한 세무 원의 피살은 폭력집단에 의한 이른바 청부살인으로 밝혀졌다.
그 범행의 동기도 가증스럽지만, 이들의「해결사」라는 생소한 타이틀 또한 세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음산한 풍경이다. 이들이야말로「폭력」을 곧「해결」의 열쇠로 삼는 무리들이다.
이번의 청부살인도 결국 「해결사」가 택한 문제해결의 방법이었던 셈인가.
이 세상의 모든 시비·불쾌감·몰이해·증오감을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사고방식과 풍조가 통하는 사회일수록, 「해결사」들이 할 일도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다.
이번 「 해결사」들의 살인사건은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경종을 울려준 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