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어와 나|현재경<경희대교수·물리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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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열대어를 기르는 것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형광등 조명을 받아 너울거리는 물 속에 모래언덕이 있고, 크고 작은 돌들이 앉고 서고, 초록색의 싱싱한 풀들이 자라고 그 사이를 원색의 물고기들이 반짝거리며 떼지어 헤엄쳐 다닌다. 살아 있는 작품이다.
5년 전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정원이 없는 아파트 생활이 너무 삭막한 것 같아 금붕어 몇 마리를 키우게 되었다. 금붕어 먹이 때문에 동네 수족관에 자주 들르면서 열대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 집에 있는 20여 마리의 열대어는 이제 우리식구가 됐다.
겨울철에 가끔 수온관리가 잘못돼 식구가 몇 마리 줄어들면 아이들이 야단이다.
열대어와 친해지고 그들의 습성을 알고 나면 정을 쏟기 마련이다.
정이 없으면 열대어는 키우기 어렵다.
초보자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잘못은 처음부터 너무 욕심을 내는 것이다.
열대어의 종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이것도 기르고 싶고 저것도 기르고 싶어진다. 그러다 보니 제한 된 어항 속에 빨간놈, 파란놈, 큰놈, 작은놈 하나 가득 넣게된다.
이렇게 되면 먹이는 쉬지 않고 주어야 하고 어항 속의 청결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돼 원인 모를 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열대어 기르기는 「구피」(GUPPY)에서 시작해서 「구피」에서 끝난다는 말이 있다.
「구피」는 새끼를 잘 낳고 튼튼하기 때문에 번식이 쉽다. 번식이 쉬운 만큼 여러 종류를 상호 교배시켜 색다른 품종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약간의 유전법칙을 가미하면 정말 재미있는 번식을 시도할 수 있다.
열대어를 기르는 깊은 재미는 새끼를 번식시키는 재미를 터득하면서부터다.
우리나라도 이제 열대어 동호인들이 1천 가구에 1명 꼴로 늘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동호인들 사이에 교류가 별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웃 일본만 해도 동호인들이 모여 작품(신품종)을 전시하기도 한다.
우리도 동호인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교류를 갖고 즐거움을 서로 나눌 수 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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