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미의원·고관들----미국립정신위생연구소장 「브라운」박사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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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미국에서는 정부 고위 관리, 의회 관계자들간에 알콜중독환자가 늘어나고 있고 국회의원들의 스캔들 소동도 부쩍 많아지고 있다. 미국립정신위생연구소장 「배틀럼·브라운」박사는 「US·뉴스· 앤드·월드·리포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고위 공직자들의 잇단 불상사는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중의 하나라고 진단하고 스트레스로부터의 해방책은 자기시간의 적어도 4분의 1 이상을 공직보다 개인 및 가정생활쪽에 할애하는 것 뿐이라고 권고했다.
「브라운」박사가 진단한 미 고위공직자들의 스트fp스와 그 처방전을 본다.
현재의 고위공직자들은 예전에 비해 한층 더 강한 긴장감 아래서 일을 하고 있다. 일의 내용도 더 농밀하고 복잡하다. 1주일 내내 일에 매달려 있어야 하고 거기에 잇단 방문객을 맞아야 하며 툭하면 출장이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관리에 온 신경을 다 써야 한다. 옛날과 같은 금성탕지는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육체적 과로뿐만 아니다.
예전에는 정부나 교회·학교 등 사회적 지위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하는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없어지고 있다. 그래서 사회적 권위의 심벌이었던 정부나 국회의 고위공직자들이 받는 충격은 매우 커지고 있다. 많은 공직자들은 어느덧 자신들이 사회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인간이 돼버렸다고 낙담한다.
이들이 이처럼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는 한 강박관념은 더욱 더 그들을 억누르기 마련이다. 권위에 대한 경의의 저하는 바로 권위가 있어야 할 인물이나 조직을 불안정한 상태로 이끈다.
현대는 이를테면 대통령도 1기만 인정하고 중임을 시키지 않으며 각 조직은 끊임없이 동요하는 시대인 것이다.
스트레스가 가중되면 그 증세는 두통에서 시작돼 점차 궤양에까지 전전된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모든 일에 신경질만 난다. 의기소침해지고 에너지와 지속력을 잃어버린다. 모든 것이 절망적으로, 그리고 우울하게만 느껴진다. 자연히 술로 답답합을 달래게 된다.
충족되지 않는 욕망의 가장 가까운 배출구는 섹스다. 그래서 섹스 스캔들 소동을 일으키고 호모를 즐기기도 한다.
현재 미정부 및 의회 내에는 이같은 스트레스 중증환자가 적어도 20%정도에 이르고 있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균형파괴적인 압력에 단호히 대항하여 생활 밸런스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시간의 4분의 l 이상을 적어도 개인이나 가정생활 문제에 돌리는 것이 소망스럽다.
만약 이대로 된다면 나머지 시간 4분의3은 아마도 2배 이상의 효과를 낼 것이 틀림없다. 행정부의 경우는 말많고 분별력도 없는 일밖에 모르는 상사들 때문에 특이한 스트레스가 생긴다. 상사들은 부하의 시간 전부와 1백%이상의 노력을 요구한다. 이런 상사를 만나면 직장생활을 2∼4년 안에 청산해야 한다.
4년 이상 그대로 있으면 영영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지 못하는 인간이 된다.
최근 국회의원들이 대거 정계를 은퇴하는 경향도 역시 정신적 스트레스가 주원인이다.
국회의원이라는 권위에 대한 존경심이 엷어지고 있는데다 그들 자신도 선거구를 대표한 선량이라는 의식 내지 만족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오랜 의회생활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좌절한다. 일관성이나 국민적 합의의 결여, 구조나 지휘계통의 혼란 등이 바로 이들을 정계에서 은퇴케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사회가 권위를 인정않고 그래서 고위공직자들이 의욕을 상실하는데서도 발생한다.
따라서 사회도 어느정도 방향감각을 확실히 가질 필요가 있다. 이는 바로 정신위생면에서도, 그리고 현대를 살아남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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