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총리회담 8~9월에 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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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판문점=김원태·양원방기자]남북총리회담의 실현을 위해 24일 상오10시 [자유의 집] 에서 열린 제9차 실무대표접촉에서 우리측은 첫 총리회담을 오는8월중이나 늦어도 9월에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우리측은 이 제안에서 총리회담을 판문점의 양측지역에서 번갈아 개최하기로 한 합의에 따라 두 번째 총리회담은 첫 회담 후 1개월 이내에 갖고 첫 회담장소는[자유의 집] 과 [판문각] 중 북측의 희망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리회담의 의제에 관해 우리측은 이미 제시한 3개항을 ①남북 간에 교류와 협력의 실시로 상호신뢰를 조성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문제 ②조국의 평화통일 문제 등 2개항으로 줄여 내놓았다. 북한측의 현준극 수석대표가 건강상이유로 불참한가운데 북한측의 요구에 따라 공개로 열린 이날접촉은 비동맹회의에서의 북한 측 반한 결의안 채택 등 및 반한 선전문제 서해무장간첩선 남파사건 상호내부 문제 불간섭 원칙 등을 놓고 논란을 벌여 정작 의제토의에는 아무 진전을 보지 못하고 8월20일에 제10차 실무접촉을 갖기로 했다.
김영주 수석대표는 의제에 관한 새 제안을 내놓게 된데 대해 『북측이 3개 항목의 우리 측 의제를 가리켜 세분화되어 합의하기가 어렵고 통일 지향성이 없다는 등 일방적이고 억지비방을 일삼아 왔다』고 지적, 『그러나 총리 회담을 조속히, 그리고 기필코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남북 쌍방이 상호타협과 양보의 정신을 발휘하여 아직도 합의되지 않은 의제 등 몇 가지 절차문제를 일괄해서 타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측은 이날 접촉에서 의제문제 등 총리회담 실현을 위한 실질토의는 외면한 채 광주사태 등 우리측의 내부문제를 들고 나와 격렬한 비방·선전으로 일관했다.
이동복 대표는 접촉이 끝난 뒤 『오늘 실무접촉에서 북한측은 의제문제 등 절차토의에는 일체 불응하고 오직 최근의 광주사태와 기타 우리 측 지역에서 있었던 일부사태를 크게 과장·왜곡한 내용을 들고 나와 우리측을 격렬히 비난·비방 선전한 것으로 시종 했다.』고 말하고 『우리측은 지난5월 서울역 앞에서 체포된 간첩 이창용 최근 서산 앞 바다에서 우리 측 해군·공군에 의해 격침된 간첩선에서 체포한 김광신의 인적사항, 진술내용, 사진 등을 제시하며 북측이 우리 국내사태를 이용, 불순한 긴장도발행위를 자행하고 있음을 입증해 주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북한측은 의제토의를 거부했을 뿐 아니라 다음 접촉일자 협의 과정에서도 우리측이 관례에 따라2주일후인 7월8일을 제시했으나 북측은 두 달 이후인 8월26일을 제의했다가 끝내 8월20일을 고집, 이날로 합의가 이루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번 9차 접촉과 앞으로 있을 10차 접촉과의 간격이 두 달 이상이나 된다는 점과 9차 접촉에 현준극 수석대표가 나오지 않은 사실간에 어떤 관련이 있느냐는 점에 관해서는 여러분들이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말했는데 북한측이 이날 접촉에서 격렬한 대남 비방을 한 것과 10차 접촉일정의 지연, 현수석 대표의 불참 등으로 미루어 새로운 변수가 없는 한 실무접촉은 큰 난관에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임춘길은 서울역 앞 간첩체포사건과 서산 앞바다 간첩침투사건 역시 우리 대 간첩 작전본부가 책상에서 꾸민 모략 극이라고 우겨 실소를 금치 못 했다』고 말했다.
이날 실무접촉은 우리측에서 김수석 대표와 정종식·이동복 대표가, 북측에서는 임춘길· 백후흑 대표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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