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땅 구하느라 '총성 없는 전쟁'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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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60대 1. 최근 인천 서창2지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내놓은 아파트 용지 경쟁률이다. 10일 접수를 마감했는데 1필지(9블록)
공급에 60개 업체가 신청했다.

이번에 공급된 9블록 아파트 용지는 3만8355㎡ 규모로 전용면적 60~85㎡ 중소형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서창2지구 내 간선도로가
교차하는 중앙부에 위치한 데다 중심상업지역과도 접해 있어 생활 편의성이 높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박연수 LH 인천지역본부 토지판매부장은 “서창2지구가 이미 준공해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공급 가격이 주변 시세 수준이어서 인기를 끈
것 같다”고 말했다.

“장이 섰는데 땅이 없네”

요즘 주택건설회사(시공사)나 부동산개발회사(시행사)들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아파트 용지를 잡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서창2지구처럼 사업성이 ‘괜찮아 보이는’ 땅은 어김없이 수십여 회사가 신청서를 낸다.

말 그대로 전쟁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 시행사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쓸만한 땅을 두고 시공사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데 경쟁 자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요즘 시행·시공사들은 모처럼 분양시장에 ‘장’이 섰다고 보고 있다. 최근 만난 한 시행사 임원은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 (아파트를)
내놔야 하는데 땅이 없어 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이 회사 직원들은 요즘 아침에 출근한 뒤 모두 사무실을 나간다고 한다.

‘짜투리 땅이라도 구해 오라’는 회사 경영진의 압박 때문이다. 또다른 시행사 대표는 “혁신도시 등 지방 공공택지에선 분양만 하면 팔릴 텐데
땅이 없어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 지난 2월 경북도시개발공사가 내놓은 김천혁신도시 공동주택용지(3-1블록)는 경쟁률이 387대 1에 이르기도 했다. 업계에선 10대
건설사를 포함해 주택면허를 가진 회사 대부분이 입찰했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상업용지 등에도 관심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한 아파트 용지 매입 전쟁은 전문 시행사와 주택 사업을 주로 하는 중견건설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 중견건설회사
관계자는 “공공택지의 중소형 아파트 용지는 사업성이 괜찮아 계열사나 관계사를 동원해 신청 접수를 한다”고 말했다.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추첨으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곳은 계열사 등을 총 동원해 신청하는 것이다. 입찰로 당첨자를 정하는 땅도
중견건설회사들이 싹쓸이하고 있다. 시행사는 시행마진과 시공사의 시공마진을 둘 다 감안해야 하므로 땅값을 적어 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공사가 직접 입찰하는 경우 시행 마진 없이 시공 마진만 남기면 되므로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는 것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입찰로
경쟁이 붙으면 시행마진을 줄일 수 있는 중견건설회사와는 경쟁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전문 시행사들은 그나마 경쟁이 덜한 주상복합아파트 용지나 상업 용지, 장기 미분양 상태인 중대형 아파트 용지에 공을 들이기도
한다. 사업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마냥 놀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당분간 시행사와 시공사들간 이 같은 총성 없는 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연수 LH 토지판매부장은 “분양시장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 이달 말
서창2지구에서 공모 예정인 민간·공공 공동주택사업(10블록)과 다음달 공모하는 대행개발사업(4블록)도 인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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